부산문화회관 부산문화재단 영화의전당 등 부산 문화를 대표하는 3대 기관의 수장이 조만간 새로 뽑힌다. 문화회관은 대표이사 공개모집을 위해 원서접수를 이미 시작했고,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힌 문화재단과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영화의전당도 이달 중 공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문화기관의 수장 인선에 문화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관심을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임 서병수 시장 아래서 지역 문화계가 유난히 큰 홍역을 치렀고 그 상처가 깊었기 때문이다. 서 시장 취임 초 부산시는 법에 명시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을 강행했다가 당사자가 결국 낙마했다. 이 때문에 서 시장 임기 내내 문화계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바람 잘 날 없었다.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야기된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갈등 여파로 영화의전당은 초대 대표이사 임기 만료 후 1년 가까이 대표 공석 사태를 맞기도 했다.

현재 이들 기관에는 내부적으로도 현안이 쌓여 있다. 지난해 재단법인으로 재탄생한 문화회관은 부산시로부터 위탁경영 중인 시립예술단과의 화합이 큰 숙제다. 장기 공석 상태인 문화예술본부장 자리에 적임자도 빨리 찾아야 한다. 영화의전당에는 어렵게 조직을 다시 추스린 BIFF와의 통합 문제가 놓여 있다. 문화재단은 부산 문화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기관의 존재 이유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문화계 안팎에서 쏟아진다.

이들 3개 기관의 신임 수장을 중심으로 부산 문화계의 화합과 재도약을 꿈꾸는 이때, 오거돈 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거나 자문역할을 한 인사들의 내정설이 공공연히 나도는 건 우려스럽다. 화합은커녕 공수만 바뀐 채 문화계가 또다시 양분되지 않을까 지켜보는 시민들도 불안하다. 시장과의 친소 여부를 떠나 열린 마음으로 지역 문화계에서 신망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 오 시장은 평소 문화에 조예가 깊고 남다른 관심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선은 오 시장 문화행정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