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가 결정될지 주목된다. 그러려면 양국이 통 큰 비핵화 해법을 도출해야 하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양국의 힘겨루기 속에 최근 북한에서 “핵 개발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엄포가 터져나왔다. 미국 역시 11·6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수도 있어 고위급회담으로 쏠리는 눈길에 긴장감이 흐른다.

쟁점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는 방법론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뿐 아니라 그것을 검증하는 게 대북 제재 해제의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FFVD 이후에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단계에 맞춰 종전선언과 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는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 답은 ‘6·12 북미공동성명’에 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한반도 탈냉전의 세 요체를 양국이 시행 순서를 정하지 않고 동시에 추진키로 한 합의가 그것이다. 일방주의가 아닌 상호주의에서 지난 25년간 실패를 거듭해온 북핵 문제의 해법을 발견한 셈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모토는 상호주의가 되어야 한다. 일방주의는 북핵 갈등사에 시행착오 사례만 더해줄 따름이다.

상호주의적 회담이 되기 위해선 양보가 필요하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원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영변 핵시설 등 없앴거나 폐기를 약속한 시설들에 대한 국제 전문가들의 사찰과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 시설의 세부사항에 대한 사전 신고는 물론이다. 미국 또한 종전선언과 점진적인 제재 해제로 화답하는 게 옳다. 지금처럼 FFVD 후 제재 해제를 고집한다면 남북·북미 관계는 한 걸음도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전향적인 결단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