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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2018 국감 관전기

초반 진행된 올 국정감사…벌써 파행, 쇼 등 구태 난무

무대 주역인 야당 의원들, 송곳 질의 등 준비 없이는 30년 무용론 또 반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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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는 흔히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린다. 국회 1년 농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는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수사일 뿐이다. 국감 기간 내내 언론 등을 장식하는 말들은 이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말들이 마치 국감과 세트처럼 뒤따라 다닌다. 종류도 다양하다. 보이콧, 정회, 파행, 호통, 벌 세우기, 망신주기, 수박 겉핥기, 맹탕, 보여주기 쇼, 한방주의 등 대충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이런 수식어들과 함께 20일간의 국감이 끝날 즈음이면 어김없이 무용론이 등장한다. 요즘 말로 ‘웃픈’ 공식이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감이 초반 1차전을 끝냈다. 사흘간의 탐색전(?)을 마치고 이틀의 휴식 뒤 어제부터 2차전에 돌입했다. 본게임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불과 사흘간의 1차전을 지켜본 대체적인 관전평은 벌써부터 우호적이지 않다. 앞서 말한 여러 수식어 대부분이 예외없이 등장한 탓이다. 올해 국감이 어떨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고작 사흘 만에 보여줄 것 다 보여준 만큼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우선 올 국감은 첫날부터 사흘 내내 파행으로 얼룩졌다. 첫날엔 법사위, 둘째 날 교육위, 셋째 날 법사위와 정무위 등 모두 4차례 국감이 멈춰섰다. 법사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 검토 발언, 정무위는 민병두 위원장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일부 야당의 반발로 고성이 오가며 정회를 거듭했다. 국감 과정에서 여러 문제로 일부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따라 정회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사안이 국감장을 박차고 나갈 만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국감 초반 기선잡기 차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보여주기 쇼와 호통, 망신주기는 또 어떤가. 뭐니뭐니 해도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벵갈 고양이’ 소동은 단연 압권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동물원의 퓨마 사살 사건과 관련해 정부 대응을 비판하겠다는 의도까지야 어쩌겠나. 다만 퓨마와 비슷하게 생겼다며 어렵게 공수한 ‘벵갈 고양이’를 국감장에 등장시킨 건 차라리 코미디에 가까웠다. 그러니 오히려 동물 학대라는 여론의 역풍에 시달린 건 당연한 일이겠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불러 맥락 없이 호통만 치다 되레 누리꾼의 질타를 받은 것 또한 도긴개긴이다.
일부 상임위와 의원들의 파행과 소동을 일반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의 일탈이 나머지 상임위와 의원들의 국감 활동 노력마저 갉아먹을 수도 있다. 자칫 어김없는 국감 무용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사실 국감 무용론의 뿌리는 깊다. 유신정권이 폐기한 국정감사가 부활한 1988년 당시부터 국감 무용론이라는 기사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30년째 한결같이 무용론에 시달리고 있긴 해도 역대 국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경우도 적지 않다. 요컨대 국감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원들 하기 나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감은 본디 야당의 무대다. 야당 의원들의 대형 폭로 등 활약으로 여권에 쏠린 정치 지형이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국감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공수를 바꿔 사실상 처음 치르는 전장이다. 지난해엔 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사실상 이전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새 정부 여러 정책을 두고 수많은 공방이 오갔다. 그런 만큼 이번 국감이야말로 야당이 제대로 준비된 자료로 각종 실정을 입증해야 할 더없는 기회다.

특히 공격자로 바뀐 한국당으로선 잃어버린 야성을 회복,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교두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국감 초반 한국당 의원들의 모양새는 제눈을 찌르며 헛발질만 하는 형국이다. 국감의 성패 여부는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집요한 추궁을 하며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런데 정작 사소한 절차 등의 문제로 스스로 국감장을 박차고 나와 버리니 제대로 된 마당조차 서지 못한 꼴이다. 엉뚱한 데 힘을 쏟다 본질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다. 그래봐야 해당 관료들이나 정부 여당만 좋은 일 시킬 뿐이다. 한번 튀어보겠다고 보여주기 쇼에 몰두하는 일부 의원의 일탈 또한 정치 혐오만 부추긴다.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2차전에선 최저임금,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등 폭발성 강한 사안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한국당 등 야당들이 집요하게 공격한 부분이지만 대안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면 야당은 이제부터라도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나머지 국감도 1차전 모습을 되풀이한다면 무용론의 상당 부분은 무기력한 야당 몫일 수밖에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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