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초가 되면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시상식을 거행한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누가 영광의 주인공이 될지,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노벨상은 특히, 노벨문학상 선정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남편의 성 추문 파문으로 인한 내분에 따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노벨과학상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

노벨과학상은 1901년 처음 수여된 이후 지난 117년간 모두 59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국가별로는 미국(263명), 영국(87명), 독일(70명), 프랑스(33명) 순으로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가장 많다.

일본은 1949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총 23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집중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있다. 올해도 면역 항암치료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혼조 다스쿠 교토대 명예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음으로써 24번째 일본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일본이 이렇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01년부터 제2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에서 ‘향후 50년간 노벨상 30명 수상’이란 구체적 목표를 내걸면서 공개적으로 노벨상 공략에 나서, 정부 학계 기업 등이 유기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인 특유의 기질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일본에는 작은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평생 파고들거나 대(代)를 이어가는 사회적 풍토가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장인(匠人)정신’ 또는 ‘오타쿠(オタク:한 우물, 특정 분야에 매우 밝은 인물)’ 기질로 인해 자신의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본인 특성과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최근 노벨상을 휩쓸고 있는 일본의 비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타깝게도 향후 몇 년 안에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노벨상 족집게 예언’으로 유명한, 세계적 정보서비스 회사인 ‘Clarivate Analytics’가 발표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자 명단에 한국인 과학자는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노벨과학상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대부분의 연구 분야가 기초과학이 아닌 응용과학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노벨상은 기초과학의 경연장이다. 기초과학은 응용과학과 산업기술발전의 토대가 되는 학문이다. 모방이 가능한 경쟁 분야에서는 기초과학 없이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이 가능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없이 주도권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초과학은 쉽게 결과는 나지 않아도 연구자가 좋아서 끊임없이 연구하는 장인정신이 빛을 발하는 분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오로지 취업률, 사회적 부와 명성, 눈앞의 단기적 성과에 목을 매다 보니 기초과학이 홀대를 받는다. 영재고나 과학고를 졸업한 우수한 두뇌를 가진 학생이 기초과학을 전공하고자 대학진학 후, 취업 걱정으로 휴학하고 의과대학을 다시 지원하는 이런 조급함의 사회에서는 노벨과학상은 요원할 것 같다.

최근 어떤 설문 조사에서 아이들에게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일본의 남자아이들이 1위로 꼽은 것은 박사와 학자였고, 2위 야구선수, 3위 축구선수, 4위는 의사, 5위로 경찰관이었다. 반면 한국 남자아이들은 1위가 운동선수, 2위 경찰, 3위는 의사, 4위 요리사, 5위 프로게이머였다.

일본 남자아이들이 되고 싶은 1위인 박사나 학자는 2017년 조사에서는 2위였다가 올해 1위로 올라섰다. 최근 우리나라 텔레비전 방송의 유행이 놀러 다니고, 요리하는 프로가 많아서 그런지 요리사가 4위를 차지하는 게 일본과 달리 독특하다. 우리네 아이들의 장래 희망 순위에 박사나 학자가 들어갈 때, 비로소 한국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미래로병원 소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