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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폼페이오 추석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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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로도 불리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秋夕)의 연원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삼국시대 초기 이전부터 행해졌음을 알 수 있는 문헌은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권1 신라본기(新羅本紀)의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조’에 전하는 부분을 보자. “왕이 도읍 안 부녀자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가 각기 거느리고 7월 보름부터 8월 보름 한가위 날까지 두레 길쌈을 했다.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음식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모두 함께 춤과 노래 놀이를 하며 어울려 놀았다.”

이처럼 추석은 농경시대 전통이 깊게 밴 명절이다. 봄부터 지은 농작물을 가을에 거두어 감사의 뜻으로 조상들에게 바치고, 가족 친지 이웃과 나누며 잔치를 벌였다. 추석과 비슷한 세시풍습은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중국의 중추절, 일본의 오봉절, 독일의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러시아·폴란드 등 슬라브족의 도진키(Dozhinki) 등이 있다. 특히 ‘미국의 추석’으로 통하는 추수감사절이 유명하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했으나 혹독한 추위와 질병으로 고통받은 청교도들이 일년 후 추수한 곡식으로 신에게 감사기도를 드리고, 도와준 원주민들과 함께 잔치를 벌인 것이 시초다. 미국 정부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놓고 있다.

그런데 어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민들에게 추석 인사를 전해 화제가 됐다. 형식과 내용 측면에서 이례적이고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개인 SNS가 아닌 공식성명 형식을 취한 점이 눈에 띈다. 추수감사절을 뜻하는 ‘Thanksgiving Day’가 아니라 우리말 ‘추석’의 발음을 옮긴 ‘Chuseok’으로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내용 면에서는 한미 동맹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추석이 모든 한국인에게 최고의 명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에겐 중요한 날이지만, 전 세계를 상대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외교안보라인 수장이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명절을 일부러 챙기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 희망을 전하려 한 것은 예사롭게 흘릴 일은 아니다. 조심스럽지만, 이번 추석연휴에 희소식이 전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희망을 가져보는 것도 그래서다. 연휴 기간 중인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는 이제 막 평양을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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