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에는 여러 종류의 고양잇과 포유류가 산다. 퓨마는 이 가운데 먹이사슬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덩치가 더 크고 힘이 센 재규어 정도를 뺀다면 이 지역에서 퓨마를 이길 만한 동물은 별로 없다. 현지 사람들은 퓨마를 ‘쿠거’라 부른다. 겉모습이 사자와 비슷하기도 해 ‘아메리카 사자(America lion)’ ‘산 사자(Mountain lion)’라는 별명도 있다.

퓨마는 고대 잉카인들이 숭배했던 동물이다. 그들은 ‘하늘은 독수리가, 땅은 퓨마가,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다고 전해진다. 한때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도시 전체가 퓨마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전 세계 담수호 중 최대 규모인 티티카카(Titicaca) 호수 이름도 퓨마를 뜻하는 ‘티티’와 회색을 의미하는 ‘카카’에서 유래됐다. 1966년 미국의 유인 우주선 제미니 8호가 위성으로 티티카카 호수의 사진을 찍어보니 실제로 퓨마가 토끼를 잡으러 가는 형태여서 과학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한 동물원에서조차 보기 힘든 퓨마가 갑작스럽게 화제가 됐다. 지난 18일 오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호롱이’란 이름이 붙은 퓨마가 사육장을 탈출한 뒤부터다. 퓨마는 사육사가 실수로 우리 문을 잠그지 않자 밖으로 나갔다. 쫓고 쫓기던 추격전은 퓨마가 동물원을 벗어난 지 4시간여 만에 엽사의 총에 사살됨으로써 끝이 났다. 추격대는 그 전에 마취총을 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일이 마무리됐건만 후폭풍이 만만찮다. 처음에는 총으로 퓨마를 죽인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를 두고 의문이 터져 나오더니 더 나아가서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권리를 생각할 때라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모든 동물원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퓨마는 야생에서 활동반경이 최소 수십 ㎞에 이르는 동물. 그러니 좁디좁은 동물원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잠깐의 자유’를 누린 뒤 최후를 맞이한 퓨마를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을 계기로 동물복지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2010년생 암컷 퓨마 호롱이의 비극적인 죽음이 헛되이 묻히지 않았으면 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