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케이크 한 쪽이 일으킨 대량 식중독 사태 /손현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11 19:08:36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을 비롯해 전국 9개 시·도 55개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2000명이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입원한 아이들도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 가장 피해가 컸다. 부산에서만 10개 학교에서 800명이 넘는 아이가 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입원한 아이들도 100명이 넘는다.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풀무원 푸드머스가 공급하고 더블유원에프엔비에서 제조한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익’이다. 이들 학교와 유치원 등에 이 초코케이크가 공통으로 납품되었고, 이 케이크를 먹은 아이들에서 식중독 증상이 나타났다. 증상이 나타난 아이들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었고 같은 종류의 균이 초코케이크에서도 검출되었다. 아이들이 보인 증상과 잠복기는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 증상과 잠복기와도 일치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 정도의 사실관계만으로도 해당 초코케이크가 전국적 대량 식중독의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제 원인을 밝혔으니 조사가 완료된 것일까? 아니다. 아직 많은 질문이 남아 있다. 그 케이크에 살모넬라균이 어떻게 오염되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해당 케이크는 150개 학교에 공급되었다. 나머지 학교에서는 정말로 환자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환자가 없었다면 공급된 초코케이크 중 일부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데 문제가 된 케이크와 문제가 없었던 케이크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문제의 케이크에 사용된 재료, 제조 과정, 보관과 배송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원인으로 지목된 초코케이크가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의 원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식중독 조사에서 원인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역추적 조사라고 부른다. 식중독 조사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해외 뉴스에서 어느 농장에서 생산된 야채가 식중독균에 오염되었고 이 야채를 납품받아 만든 제품이 유통되어 대규모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데 이것이 바로 역추적 조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식중독 조사에서 역추적 조사를 통해 원인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같은 일이 반복되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 전국적 대량 식중독 사태의 원인이 초코케이크라고 결론을 내리고 끝낸다면 재발 방지를 위해 초코케이크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대책밖에 나올 것이 없다. 끝까지 원인의 원인을 좇아가 보아야 한다. 케이크의 빵이 문제인지 크림이 문제인지, 그 빵과 크림의 제조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빵과 크림을 만들기 위한 원료는 문제가 없었는지, 그 원료는 어디서 공급되었는지까지 조사가 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안심하고 초코케이크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과거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되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감염병으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될 거라고 기대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 신종감염병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고 국가 간 교류의 증가로 감염병이 국경을 쉽게 넘어가게 되었고 도시화에 따라 인구밀도가 높아져 감염병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믿었던 항생제는 내성균의 증가로 쓸모없게 되는 경우가 생겨났고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은 내성균이 생겨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식품 산업의 발달도 감염병으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될 거라던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린 원인 중 하나였다. 식중독은 과거와 달리 대규모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먹거리가 한곳에서 대량 생산되어 유통·판매되고 외식이 증가할수록 대규모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은 생산되는 먹거리의 안전보다 이익을 좇기 마련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야만 한다.

또한 대규모 식중독이 발행할 가능성과 그 규모를 줄이는 것의 시작은 ‘원인의 원인’을 찾는 노력에서 시작될 수 있다. 부디 이번 전국적 대량 식중독 사태의 원인의 원인을 끝까지 밝혀내길 바란다. 그래서 그 원인의 원인을 제거하여 안심하고 초코케이크를 먹을 수 있고 초코케이크가 아닌 다른 먹거리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부산시감염병관리지원단부단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11월의 노래
‘집권 2년 차’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사라진 가야문명의 귀환을 고대하며
통영에서 반드시 불어야 할 훈풍
기고 [전체보기]
세계인문학포럼, 부산이 이룬 작은 성공 /이지훈
고령자 이동권 확보, 면허 반납 지름길 /노유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울경 위원 없는 중도위 /김영록
이기주의가 낳은 슬럼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청산리 벽계수야, 저 바다에 가보자꾸나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나는 할 말이 없데이…’
‘미스터 션샤인’ 오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유치원 공공성 확보하라 /조민희
재정분권 2단계 엄정 대응을 /김태경
도청도설 [전체보기]
“나 누군 줄 아냐”
만추의 랩소디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두 분의 시인
고요한 물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사설 [전체보기]
고교 무상급식 시-구·군 예산 분담 차질 없도록
부산시·테크노파크 인사 갈등 하루빨리 수습돼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수술대 오른 사회서비스(보육·교육·의료·요양) 공공성
아동수당 보편주의 원칙과 은수미 성남시장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나브로 다가온 한반도의 봄
시민 행복과 다복동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