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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꿀순이 이야기 /손증호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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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31 18:59: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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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꿀순이’입니다. 혼자 살고 있는 제 주인이 고심해서 지어준 이름이지요. 예쁜 불도그 체면에 돼지를 연상시키는 ‘꿀순이’라는 이름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작명해준 사람의 얼굴을 봐서 참고 받아들였지요. 이런 너그러운 제 마음도 몰라주고 제 주인은 기분이 좋으면 ‘꿀순아! 꿀순아!’ 부르다가도 조금만 언짢으면 ‘이년, 저년’하고 막 부른답니다.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저를, 또 자기가 지어준 ‘꿀순이’란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왜 ‘이년 저년’하고 함부로 부르는지 모르겠어요?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란 뜻인데 사람 앞에만 붙는 수식어가 아니란 걸 잘 아시죠?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에게 붙이는 표현이지요. 반려동물은 단순히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소유물로서 애완동물의 개념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삶을 공유하는 하나의 가족이자 친구라는 개념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차츰 확산되고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제 주인은 시대의 흐름을 아직 읽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만 해도 저를 완전히 똥개 취급하더란 말입니다. 이웃에 살면서도 여태껏 멸치대가리 하나 대접해준 적이 없고 따뜻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뒷집 아저씨한테 제가 ‘왈왈’하고 좀 짖었기로서니 그게 뭐 큰일 날 일인가요? 그 아저씨가 가고 난 뒤에 “이년아! 니는 우째 뒷집 아저씨도 몰라 보노?” 하면서 제 엉덩이를 사정없이 찰 것은 뭐냐 말예요. 제가 잽싸게 피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잘못했으면 아기집까지 탈날 뻔했다니까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제 편을 들어주지는 못할망정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5년이나 같이 살면서 살뜰하게 정이 든 저를 사정없이 찬단 말입니까?
하여튼 너무 분해서 청와대에 청원하는 심정으로 제 억울한 사연을 올립니다. 제가 보기엔 제 주인은 뒷집 아저씨한테 뭔가 흑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저씨한테 잘 보이려고 귀여운 저를 이렇게까지 학대하진 않을 테니까요. 오늘 아침에도 아저씨를 보자마자 눈웃음을 살살 치는 게 뽀리(피아노 집 암컷 스피츠)가 백두(주유소 집 잘 생긴 수놈 진돗개)에게 꼬리치며 하는 짓과 비슷했답니다. 아저씨를 보자마자 배시시 눈웃음치며 “아이고, 오늘도 날씨가 무척 덥네요. 식사는 하셨어요?”라며 부산 사람이 갑자기 어울리지 않은 서울 말씨에다 가당찮은 콧소리를 낼 것은 뭐냔 말이에요.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 개에게도 견권이 있는 것 아닙니까? 독자 여러분, 억울한 제 사정을 잘 좀 살펴보시고 우리 주인을 어떻게든 혼 좀 내 주이소. 그리고 주인아주머니, 같은 여자로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시죠? 저를 개무시해서 ‘이년, 저년’하며 막 대하지 말아주세요. 또 큰 잘못도 아닌데 자기 마음에 좀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휘두르지 마세요.

독자 여러분, 이 문명사회에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물학대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처벌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외국과는 달리, 대한민국의 법체계상, 동물은 아직까지 생명체라기보다는 개인의 소유물인 ‘물건’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듯해도 그때만 잠시 떠들썩할 뿐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곧 잊어버리고 또 다시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한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요. 다행이 개정 동물보호법이 올해 3월 22일부터 시행되어 동물학대를 하면 최대 징역 2년, 벌금 2000만 원으로 강화됐다고 하니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조심스럽게 살펴볼 생각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날로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족’이라는 새로운 말도 생겨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동물을 키우다가 조금 힘들면 버리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며칠 전 주인의 단골 미용실에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 미용실 원장님은 무려 40여 마리의 유기견을 돌본다고 하더라고요. 좁은 미용실에도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 개가 다섯이나 보살핌을 받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예쁘다, 사랑스럽다며 애지중지할 땐 언제고 키우기가 좀 귀찮고 싫증이 나면 생명체인 반려견을 빈 병이나 헌 의자 버리듯 버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올해같이 무더운 여름, 복날을 무사히 넘긴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지만 무술년 개의 해를 맞아 반려견뿐만 아니라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불같이 일어날 때라고 생각하고 독자 여러분의 열렬한 성원을 기대합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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