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포스트 노회찬, 정의당만의 몫일까

구태 정치 바꿔야 한다는 고인 추모 열기와 달리 거대 양당 변화는 요원

그의 빈자리 메우는 건 그를 기리는 모두의 몫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지만, 그가 없는 자리가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하긴 고작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의 죽음이 여전히 믿기지 않을 정도이니 난 자리를 비교하는 것조차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가 아니더라도 어느 죽음이든 상실감이 큰 주변의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일 수도 있다. 다만, 어김없이 이런저런 공방이 이어진 지난 한 달간의 우리 정치판을 보면서 그가 살아있었다면 또 어떤 촌철살인을 날렸을지 새삼 아쉬워지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조금씩 그의 난 자리는 커 보일 게 분명하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지난달 23일 고 노회찬 의원이 비극적 선택을 하며 정의당에 남긴 마지막 당부다. 그로부터 한 달 여. 정의당은 가까스로 슬픔을 추스르고 그의 유지를 잇기 위한 각종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추모사업은 가칭 ‘노회찬 재단’의 설립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노회찬’을 발굴하고, 그의 진보정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정치학교 형태 운영이 거론되고 있다. 작게는 ‘제2, 제3의 노회찬’을 키우려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인이 생전에 꿈꾼 정치 정신을 확산시키려는 목적이다.

당의 간판과도 같은 동료를 황망하게 잃은 정의당으로서는 당연한 움직임이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엄청난 추모 열기로도 모자라 당 지지율 상승이라는 그의 마지막 선물까지 받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당의 몫이다. 동시에 지금의 지지와 성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무거운 책임도 떠안았다. 고인의 뜻을 잘 받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스타 진보 정치인의 명맥을 이어가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어깨가 무겁겠지만 이 모두가 고인이 남긴 뜻이라 생각하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그의 죽음 이후 벌어진 이른바 ‘노회찬 현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정치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각계각층의 갈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까닭이다. 작게는 그의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겠다. 온갖 갈등으로 삭막한 정치판에 해학과 유머 섞인 그의 촌철살인은 작은 숨통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회찬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캐릭터는 더 나은 정치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사람 좋은 웃음과 촌철살인 뒤에 그가 꿈꾼 세상은 분명했다. 약자와 서민을 위한 정치, 특권 없는 정치가 그것이고 국민적 추모 열기의 지향점도 여기에 닿아 있다.
이 같은 추모 분위기에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이 고인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추모의 말들을 쏟아냈다. 비록 당과 이념은 달라도 그가 남긴 족적을 따르겠다는 뜻일 터이다. 그의 죽음이 정치권에 던진 의미를 생각해 스스로 변화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였을까. 지난 한 달간 여야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역시나 고인의 죽음 앞에서 내뱉은 말들은 한낱 레토릭에 불과했다.

국회 특권을 없애기 위한 특수활동비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모습이 그랬다. 국회 특활비 폐지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이기도 했다. 국회는 여론에 떼밀려 개선 방침을 밝혔지만 몇 차례나 꼼수를 부렸다. 결국 여론이 더욱 악화되자 의장단 몫 등 극히 일부만 남기고 특활비를 마지 못해 없앴다. 고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제를 개편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임에도 미적거리고, 자유한국당 또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거대당의 횡포가 계속되는 한 고인이 원했던 세상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나마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계기인 정치자금법 개정 문제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안 만큼은 참으로 발 빠르다. 그러나 그가 목숨까지 내던지며 얻고 싶었던 게 과연 정치자금법 개정이었을까. 자신은 비록 정치자금법의 족쇄에 얽매여 이렇게 사라지지만 이를 포함한 후진적인 우리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진정한 소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노회찬’은 결코 정의당만의 몫이 아니다. ‘포스트 노회찬’은 ‘제2, 제3의 노회찬’을 키우는 것을 넘어 그가 이루려 했던 정치판이고, 세상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이긴 해도 거대 양당에게서 이런 의지는 없어 보인다. 늘 그래왔듯 화려한 정치적 수사만 남기고 고인을 잊을 것이다. 그러나 뜨거웠던 국민적 추모 열기마저 세월과 함께 허망하게 식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수천만의 노회찬으로 살겠다’는 한 달 전 약속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의 난 자리를 메우는 건 결국 그를 기리는 모두의 몫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넥슨 매각 예비입찰 마감…넷마블·카카오 2파전?
  2. 2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3. 3‘2000억 규모’ 에코델타 사업 막바지 입찰 경쟁 뜨겁다
  4. 4부산 미세먼지 저감조치 ‘반쪽짜리’
  5. 5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6. 6김경수 구속·서형수 불출마설…여당, 낙동강벨트 총선전략 어떡해
  7. 7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8. 8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9. 9경기침체 불안감에…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 일선 못 떠나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