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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백두산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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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오르는 길에 가장 지루하고 험한 부분이 있다. 북한 보천보 지역의 ‘곤장덕’이란 곳이다. 이를 오르느니 차라리 곤장을 맞는 게 편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이름에 얽힌 또 다른 설은 1712년 백두산 국경을 정할 때 현장에 올라가지 않은 우리 관리들에게 곤장을 쳐야 한다는 원성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곤장덕에 이른 청나라 사신이 조선 대감들을 꾀어 돌려보내고 역관과 길잡이만 데리고 올라가 제멋대로 정계비(定界碑)를 세웠다는 얘기다.

   
중국은 백두산 정상인 천지(天池)를 자기네 영토로 집어넣으려는 욕심을 이때부터 드러냈던 것 같다. 우리 측 대표를 회유해 중도에 돌려보낸 것도 그렇고, 정계비를 천지 남쪽 아래 압록강 인근에 세웠으니 말이다. 그런 후 한말(韓末)에 국경 분쟁이 또 불거지면서 양측은 다시 백두산에 올랐다. 그때 우리 대표는 “내 머리를 자를 수는 있을망정 내 나라 땅은 한 치도 줄일 수 없다”고 반발해 백두산 국경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일제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에 백두산 관광이 비교적 활성화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다. 한 국내 업체가 1996년 백두산에 야영장을 설치한 것도 그런 요인이 됐음 직하다. 물론 장소는 중국 지린성 땅이었다. 같은 해 백두산에 새 관광루트로 ‘백운봉 코스’가 신설된 영향도 컸다. 종전에는 중국 정부가 허락한 1개 코스만으로 백두산에 오를 수 있었다. 금강대협곡을 낀 백운봉 코스에는 2300m 고지에 캠프장도 갖춰졌다. 기존 산장에 머물러야 했던 관광객들로서는 백두산의 깊숙한 곳에까지 들어와 야영을 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얼마 전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백두산 하이킹과 캠핑을 처음으로 허용했다는 소식이다. 호주·노르웨이에서 온 이들 남녀 4명은 백두산 중턱에다 텐트를 치고, 천지와 고원 일대를 올랐다. 북한 안내원들도 이들과 함께 텐트 야영을 하면서 닷새간의 트레킹 일정에 동행했다고 한다.
북한의 이런 생소한 모습에 외신들이 관련 보도를 쏟아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 관광산업과 외화 벌이에 열을 올리는 북한으로서는 다분히 의도적인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대규모 관광객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처지다. 그렇다 해도 북한의 백두산 캠핑 허용은 예사롭지 않다. 변화의 단편일지도 모를 일이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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