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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작가도 돈을 좋아한다 /하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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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0 19:22:0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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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인 후배가 오랜만에 찾아왔다. 첫 시집에서 가난한 날의 삽화를 구성지게 풀어내 호평을 받았던 터여서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동안의 안부와 근황, 문단과 작가들, 그리고 문학청년 시절 이야기 따위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무슨 말끝에 후배는 요즘 동화 쓰는 데 맛이 들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지금껏 일했는데 정작 아이들한테 해준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영향이 컸던 것은, 퇴직한 분 가운데 한 분이 동화작가인데 “보람도 있고 ‘돈’도 된다”고 적극 권하더라는 것. 첫 시집이 호평을 받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까지는 잘 읽히지 않으니 ‘보람’도 없고, 팔리지 않으니 ‘돈’도 안 되는 시보다는 훨씬 낫다는 이유였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반향이 있으면 기분 좋고 기운도 나고, 잘 팔리면 일용할 양식이 될 수도 있다. 시인이 동시집을 내고 소설가가 동화책을 펴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성인 독서율이 역대 최저(2017 국민독서실태조사)라는 발표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어른들은 갈수록 책 근처에 가기를 꺼리는 대신 아이들에게는 억지로라도 읽히려고 하기 때문이다. 마치 평생 읽어야 할 책의 권수를 초등학교 때 다 채우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외도(?)해서 나온 작품이나 책 가운데 성공적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여자와 개와 돈의 공통점이 있는데, 쫓아가면 도망가고 기다리면 쫓아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순수성이 오염되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주시하고 원고료에 동그라미가 몇 개인지 세고 또 센다. 다른 장르를 곁눈질하고 산문이든 잡문이든, 할 말이 있든 없든 끊임없이 끼적댄다. 따로 직업이 있는 경우에는 덜하겠지만 전업 작가인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 생계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글값’에 대해 인색한 매체가 많다. 원고료로 쌀이나 농작물을 보내오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글이 실린 잡지를 원고료만큼 보내주거나 잡지 구독료로 대체하는 경우, 일이 년 뒤에 다시 청탁하겠다는 식의 ‘딱지어음’을 남발하기도 한다. ‘딱지어음’은 부도가 확실시되는 어음을 말한다. 심지어 원고료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글을 실어줄 테니 돈을 내라는 식의 수록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딱 하나, 책(문학잡지)을 사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운영이 어렵다면 폐간이 정답이지만, 문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쪽과 그렇게라도 작품을 발표하고 싶은 작가의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그런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기실 원고청탁서나 전화를 받을 때 원고료나 강의료를 묻기는 쉽지 않다. 상대가 먼저 알려주면 그처럼 고마울 수가 없다. 반면 어떤 작가는 너무 돈을 밝히더라고 공공연히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좋은 실력에 쓱쓱 몇 글자 그냥 써주십시오”라고 뇌까리는 사람의 입을 보면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나를 잘 아는 편집자의 부탁으로 오래 연재했는데 비슷한 작가에게 더 많은 원고료를 지급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만둔 적이 있다. 따지고 요구하면 더 주고 그렇지 않으면 뭉개고 넘어가려고 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도 돈을 좋아한다. 특별히 많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말하는 것이다. 시 한 편,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저임금 요율을 정해 적용한다면 어떨까.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데, 최저원고료를 주지 않았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가령 친분 때문에 거절하기는 힘들고 원고료가 적은 글을 써야 할 때면 그렇다. 수확을 앞두고 배추밭을 갈아엎고 멀쩡한 참외를 버리는 농부의 마음이 이해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먼저 바꾸어야 한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원고료나 강의료 기준부터 너무 낮다. 게다가 학위나 사회적 지위로 차등 지급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 최소한의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그나저나 얼마 후 가기로 한 곳에서 심사비는 얼마나 주려나 걱정된다. 차마 물어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늘 그랬듯이 마음 약한 게 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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