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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엄청난 재앙, 재료 파괴(material fracture) /김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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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13 21: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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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는 안타까운 사고를 접했다. 해병대 소속의 마린온 헬리콥터가 이륙하자마자 회전 날개가 본체에서 분리되면서 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객관성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전문가도 참여시킨다고 한다.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금속재료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번과 같은 구조물 혹은 제품의 손실이 발생하는 파괴(fracture)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파괴는 공학적으로 응력을 받고 있는 고체가 둘 또는 그 이상의 부분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근래에 밝혀진 가장 치명적인 재료 설계의 실패 사례는 유명한 타이태닉호의 침몰 사고이다.

타이태닉은 1910년대 당시 최고의 공학기술로 설계된 3000여 명을 수용하는 초호화 여객선이었다. 그러나 대서양을 횡단하는 1912년 4월 12일 첫 항해에서 거대한 빙산에 부딪혀 침몰했고 무려 1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후 다양한 사고 분석이 진행되었지만, 대서양 해저 3000m에 잠긴 타이태닉의 잔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1985년 9월 타이태닉호의 잔해가 대서양 3700m 해저에서 발견됐다.

영국의 유명한 학술지 ‘Journal of metals’에 게재된 타이태닉호의 재료 관점에서의 해석은 바로 재료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혀준다. 타이태닉호는 기계공학적으로는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 폭풍 그리고 수천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역학적인 관점에서는 제품 설계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재료 자체 설계에서는 완벽함이 발휘되지 않았다. 또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추운 계절에 항해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치명적 오류가 발생했다.

논문에 따르면 치명적 재료설계 실패가 있음을 알려준다. 첫째는 당시 대서양 북쪽 항로의 해수 온도에 견딜 수 없는 철강 소재를 사용했다. 우리는 주변의 제품들이 온도가 내려가면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콜릿이나 엿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면 쉽게 깨지는 원리이다. 연성이 높은 재료뿐만 아니라 단단한 금속재료도 상온 이하로 냉각되면 연성이 떨어지고 취성(경직한 성질)이 증가한다. 타이태닉에 사용된 철강 소재는 32도의 온도에서 바로 연한 성질에서 딱딱한 성질로 바뀌는 현상(Ductile to Brittle Transition: DBT)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대서양의 해수 온도가 0도라는 조건과 거대한 외부 충격(빙산 충돌)이 일어나면서 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던 조건이 형성됐다.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는 타이태닉호의 철강 소재에는 다량의 비금속 황(S)과 인(P)이 함유돼 있었다. 현대 제철 공정에 적용되는 고망간(Mn)에 비해 적은 Mn 함량도 당시 기술의 한계였다. 타이태닉호의 재료 파괴 단면을 보면 큰 MnS에서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취성 파괴가 일어난 흔적들이 쉽게 관찰된다. 금속재료에 비금속 특히 MnS와 같은 세라믹(유리)성질을 넣게 되면 쉽게 깨지게 된다. 당시 기술로 이 MnS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재료의 이런 치명적 파괴는 재료 설계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제품의 형상설계와도 관계가 깊다. 재료 형상설계에의 핵심은 제품의 운용 시 하중의 집중(응력집중, Stress Concentration)이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응력이 집중된 상태에서 만약 반복 운동이 일어나면 재료 내부에서 결함(crack)이 생겨 파괴가 더욱 가속된다. 이를 피로 파괴(fatigue)라고 한다.
포항 마린온 헬기의 회전날개는 고속회전에 의한 끊임없는 반복 응력을 받게 된다. 환경 조건도 바닷가에 가까워 부식성이 강한 가혹한 해수 분위기 조건이다.

건축물이긴 하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도 건축재료(철근 및 콘크리트)의 고의적 설계 오류로 발생한 것이다. 중화학 시설이 많은 부울경의 대형 플랜트 공장들은 개발된 지 거의 40~50년이 경과되어 상당히 노후해 혹시 과거의 재료설계가 잘못되었거나, 임계 운용조건을 벗어난 가혹한 피로 응력 상태가 되면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한 번 파괴가 진행되면 그 물질적 인적 피해는 복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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