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엄청난 재앙, 재료 파괴(material fracture) /김진천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3 21:13:43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우리는 안타까운 사고를 접했다. 해병대 소속의 마린온 헬리콥터가 이륙하자마자 회전 날개가 본체에서 분리되면서 5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객관성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 전문가도 참여시킨다고 한다.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금속재료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번과 같은 구조물 혹은 제품의 손실이 발생하는 파괴(fracture)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파괴는 공학적으로 응력을 받고 있는 고체가 둘 또는 그 이상의 부분으로 분리되는 현상이다. 근래에 밝혀진 가장 치명적인 재료 설계의 실패 사례는 유명한 타이태닉호의 침몰 사고이다.

타이태닉은 1910년대 당시 최고의 공학기술로 설계된 3000여 명을 수용하는 초호화 여객선이었다. 그러나 대서양을 횡단하는 1912년 4월 12일 첫 항해에서 거대한 빙산에 부딪혀 침몰했고 무려 1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후 다양한 사고 분석이 진행되었지만, 대서양 해저 3000m에 잠긴 타이태닉의 잔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1985년 9월 타이태닉호의 잔해가 대서양 3700m 해저에서 발견됐다.

영국의 유명한 학술지 ‘Journal of metals’에 게재된 타이태닉호의 재료 관점에서의 해석은 바로 재료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혀준다. 타이태닉호는 기계공학적으로는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 폭풍 그리고 수천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즉 역학적인 관점에서는 제품 설계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재료 자체 설계에서는 완벽함이 발휘되지 않았다. 또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추운 계절에 항해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치명적 오류가 발생했다.

논문에 따르면 치명적 재료설계 실패가 있음을 알려준다. 첫째는 당시 대서양 북쪽 항로의 해수 온도에 견딜 수 없는 철강 소재를 사용했다. 우리는 주변의 제품들이 온도가 내려가면 딱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콜릿이나 엿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꺼내면 쉽게 깨지는 원리이다. 연성이 높은 재료뿐만 아니라 단단한 금속재료도 상온 이하로 냉각되면 연성이 떨어지고 취성(경직한 성질)이 증가한다. 타이태닉에 사용된 철강 소재는 32도의 온도에서 바로 연한 성질에서 딱딱한 성질로 바뀌는 현상(Ductile to Brittle Transition: DBT)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대서양의 해수 온도가 0도라는 조건과 거대한 외부 충격(빙산 충돌)이 일어나면서 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던 조건이 형성됐다.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는 타이태닉호의 철강 소재에는 다량의 비금속 황(S)과 인(P)이 함유돼 있었다. 현대 제철 공정에 적용되는 고망간(Mn)에 비해 적은 Mn 함량도 당시 기술의 한계였다. 타이태닉호의 재료 파괴 단면을 보면 큰 MnS에서 유리처럼 쉽게 깨지는 취성 파괴가 일어난 흔적들이 쉽게 관찰된다. 금속재료에 비금속 특히 MnS와 같은 세라믹(유리)성질을 넣게 되면 쉽게 깨지게 된다. 당시 기술로 이 MnS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재료의 이런 치명적 파괴는 재료 설계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제품의 형상설계와도 관계가 깊다. 재료 형상설계에의 핵심은 제품의 운용 시 하중의 집중(응력집중, Stress Concentration)이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응력이 집중된 상태에서 만약 반복 운동이 일어나면 재료 내부에서 결함(crack)이 생겨 파괴가 더욱 가속된다. 이를 피로 파괴(fatigue)라고 한다.

포항 마린온 헬기의 회전날개는 고속회전에 의한 끊임없는 반복 응력을 받게 된다. 환경 조건도 바닷가에 가까워 부식성이 강한 가혹한 해수 분위기 조건이다.
건축물이긴 하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도 건축재료(철근 및 콘크리트)의 고의적 설계 오류로 발생한 것이다. 중화학 시설이 많은 부울경의 대형 플랜트 공장들은 개발된 지 거의 40~50년이 경과되어 상당히 노후해 혹시 과거의 재료설계가 잘못되었거나, 임계 운용조건을 벗어난 가혹한 피로 응력 상태가 되면 큰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한 번 파괴가 진행되면 그 물질적 인적 피해는 복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울산대 교수·첨단소재공학부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신간 돋보기] 중견 시인과 청년의 따뜻한 대화
  2. 2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3. 3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4. 4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5. 5“입사 포기하고 뛰어든 국제 구호활동, 제 삶이 됐죠”
  6. 6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7> 재일제주인의 고향 사랑과 감귤
  7. 7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8. 8‘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9. 9부산을 보행친화 도시로 <9> 동래읍성 뿌리길
  10. 10부산과기대 박영희 교수 ‘100대 한식대가’에
  1. 1임시공휴일, 대통령 재가하면 확정…출근 할 경우 수당 체계는?
  2. 2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1일 임시공휴일 되나?
  3. 3‘문 대통령 깜짝 축사’ 유한대학교, 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곳
  4. 4전병헌 전 의원 1심 징역 6년 법정 구속 면한 이유는?
  5. 5부산 중구, 대청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커뮤니티 케어 교육 실시
  6. 62019년 중앙동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개최
  7. 7부산 중구 (사)중구청년연합회 제28차 회원대회 및 회장단 취임식 개최
  8. 8부산 중구 광복동 주민자치회 2019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축하선물 전달
  9. 9부산 중구 제10회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 평가설명회 개최
  10. 10‘문재인 복심’ 친문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전면에 나서나
  1. 1내달 개각설…해수장관 후임 하마평
  2. 25G 기반 스마트폰·콘텐츠 모바일 올림픽 총출동…이동통신 미래 본다
  3. 3한국해양대 2.5배 커진 한나라호 위용…대학 실습선 4척 명명식
  4. 4부산공동어시장 임금 체불 피소 위기
  5. 5사천 항공정비 첫 손님은 ‘제주항공 여객기’
  6. 6부산 주요 기업 창업주들 ‘현역’ 고수하는 속내는
  7. 723년 명맥 유지 ‘2G’ 없어진다
  8. 8동해 바다도 아열대화 진행, 해조류 무게 줄고 종류 늘어
  9. 9아파트값 하락세 연제·남구, 고분양가 관리지역서 해제
  10. 10달걀 산란일 표기 23일부터 의무화
  1. 1경부고속도로 상황 "경찰 차량 통제, 왜?"
  2. 2 차량 통제, 국빈방문 탓… “국빈이 왜 경부선에?”
  3. 3영광여고생 성폭행 사망사건… “90분 만에 소주 3병 마시게… ‘죽었으면 버려라’”
  4. 4현대제철서 용역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 양승조 충남지사 사태파악 지시
  5. 5조현아 남편 상습 폭행 "죽어, 죽어" VS "의혹 전면 부인"
  6. 6김지은 “예상했지만 암담”… 민주원 ’안희정-김지은 텔레그램’ 공개 하자
  7. 75등급 경유차 규제, 내 차 등급 확인법은?
  8. 8부산 연산동 맨션 인근 지름 2.5m 싱크홀 발생… 차량 1대 빠져
  9. 9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제외 차량 및 과태료는?
  10. 10 태권도·유도 도합 6단 시민이 편의점 흉기 강도 잡아
  1. 1‘창과 방패 대결’ 유벤투스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예상 라인업은(챔피언스리그)
  2. 2권아솔 도발에 샤밀, "권아솔은 늘 저렇게 말로만"
  3. 3탁구 중국 귀화 선수, 세계선수권 출전 놓고 '엇갈린 희비'
  4. 43쿠션 프로당구 6월 출범 "제2의 이상천, 김경률 배출하겠다"
  5. 5'도전·비상·자부심'…프로야구 각 구단 야심찬 슬로건
  6. 6절정의 손흥민, 데뷔 첫 '5경기 연속골' 도전
  7. 7컬링 '팀킴'의 호소 사실로…김경두 일가, 횡령 정황까지
  8. 8전국체전 무대가 좁은 차준환, 4회전 점프 없이 쇼트 1위
  9. 9경쟁률 4.5 대 1…거인 4·5선발 자리 누가 꿰찰까
  10. 10최고 구속 145㎞, 김원중 첫 실전등판서 구위 점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동남권 신공항, 국회의원 역할 절실 /이영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양’을 갖춘 사회를 바란다 /신심범
깨지지 않은 ‘서부산 징크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반려동물’ 수난 시대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선입견과 마주하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엄마 아빠 역할 뒤집기 /하송이
中企를 위한 금융은 없다? /정유선
도청도설 [전체보기]
농기구판 한류
수제화 장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자기 표현의 기술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진화하는 통영 꿀빵
사설 [전체보기]
새 사령탑 맞는 부산비엔날레 새로운 도약 기대한다
30년 만에 육체노동 가동연한 상향한 대법 판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기절을 부르는 비너스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개념도 정리 안 된 ‘4차 산업혁명’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되살아나는 박근혜의 그림자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내추럴와인과 정월 대보름
프랑스와 미국의 와인전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