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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기춘을 이긴 구의원 /임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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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구의회 의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이겼다’. 여기서 ‘구의원’은 이젠 ‘전직 구의원’이 돼버린 동구의회 ‘전근향 의원’을 일컫는다. ‘이겼다’는 말은 지난 6일 종일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국정 농단 사태로 지난해 1월 21일 구속된 이후 562일 만에 석방한 김 전 실장을 앞선 걸 말한다.

전 의원이 행했다는 ‘경비원 갑질’에 분노한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전근향’이라는 검색어 하나론 부족해, ‘전근향 의원’이라는 검색어까지 등장시켰다. 두 검색어가 나란히 실시간 순위 1, 2위를 차지하는 진풍경도 빚어졌다.

전 의원이 김 전 실장을 이긴 대가는 혹독했다. 종일 온라인 언론이 그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격앙된 누리꾼은 비난과 욕설을 퍼부었다. 성난 온라인 여론에 긴장한 동구의회는 지난 10일 전 의원을 의원직에서 제명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제명이 결정되자 누리꾼은 개선장군처럼 못다 한 비난을 쏟았다.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런데 사태가 이렇게 마무리돼도 될까.

먼저 분명히 하자. 전 의원의 ‘경비원 갑질’이 사실이라면 공직자로서 혹독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책임도 져야 한다. 아파트 주민으로서 상처받은 이웃에게 진심 어린 사과도 빼놔선 안 된다. 그래도 찜찜함과 의문이 고개를 든다. 눈길은 먼저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언론을 향한다. 포털사이트는 전 의원을 논란의 한가운데 세웠다. 온라인 언론은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전 의원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지적하는 보도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객관적 보도는 적었다. 인신공격성 기사는 많았고 종일 이어졌다. 이는 누리꾼이 전 의원에게 분노를 드러내도록 더욱 부추겼다. 지금까지도 한 언론사가 전 의원 ‘학벌’을 소재로 비아냥거린 기사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밖에도 다양한 주제의 인신공격성 기사가 쏟아졌다.
보기에도 민망한 기사가 넘치는 가운데 동구의회의 징계 절차에 대한 보도가 등장했다. 여러 기사가 자극적 내용을 앞세운 뒤 기사 말미에 ‘제명’을 언급했다. 동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 활동 시작 전, 이 같은 기사를 접한 누리꾼은 의회에 전 의원의 제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지금부터 ‘전 의원’을 겨냥한 여러 기사를 머릿속에서 지워보자. 전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실체가 모호한 ‘온라인 여론’이 유권자의 선택을 삼킨 건 아닐까. 포털사이트가 이끌고, 온라인 언론이 쏟아낸 인신공격성 기사가 우리 눈을 가린 건 아닐까. 유권자로서 전 의원 잘못을 차근차근 되짚고 책임을 물을 수 없었을까.

디지털 뉴스부 guardi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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