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수산대학을 부산에 유치하려는 계획에 걸림돌이 생겼다. FAO 사무국이 한국에 협력연락사무소를 먼저 설치한 뒤 ‘한-FAO 세계수산대학 공동시범사업 MOU’를 단계적으로 체결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FAO의 요구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계수산대학 설립과 관련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던 2019년 6월 FAO 총회까지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유치 목표 시기를 2021년 6월 FAO 총회로 늦추기로 했다.

FAO가 우리나라에 협력연락사무소를 두는 것은 외견상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FAO가 협력연락사무소 직원에게 외교관급의 권한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형평성을 거론하며 일반 국제기구 수준 이상의 대우는 해주기 힘들다는 방침을 표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FAO와 우리 정부 간 의견 출동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해수부와 부산시는 지난해 9월부터 부경대에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세계수산대학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FAO는 18개월간의 과정이 끝나면 성과를 살펴본 뒤 정식 개교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큰 하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시범사업 운영은 앞으로 있을 세계수산대학 부산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FAO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게다가 FAO 내부 분위기도 우리에게 썩 유리하지만은 않다. 세계수산대학을 한국에 세우려는 노력이 FAO의 개도국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진작부터 줄기차게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 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계수산대학 부산 유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세계수산대학 설립은 한국뿐 아니라 부산을 세계 수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할 다시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