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이 정비 뒤 시험비행을 하던 중 추락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륙과 함께 기체가 10ｍ가량 떠오른 뒤 곧바로 추락하면서 폭발해 참사로 이어졌다. 마린온은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조한 것으로 해병대 항공대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해병대가 인수한 지 6개월 만에 치명적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조종 미숙이나 조작 실수일 수 있지만 조종사가 비행시간 3300시간을 보유한 베테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마린온이 정비 후에 이륙하자마자 추락한 점으로 미뤄 정비 부실이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기체 결함이다. 함상 운용을 위해 수리온에 ‘주 로터(헬기의 회전익 부분) 접이 장치’ 등이 추가되면서 잘못됐거나, 아니면 수리온 자체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기체 결함 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리온의 안전성이 과거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전력화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급기야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 정도였다. 그 결과 감사원은 지난해 7월 곳곳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전투용은커녕 헬기로서 안전성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력화됐다고 발표했다. 군은 이후 당시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대부분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로 미뤄 이 또한 신뢰하기 힘들게 된 셈이다.

아직 원인을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수리온이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켜온 만큼 차제에 마린온 등 수리온 계열 헬기의 안전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방산 비리와 연관성도 제기돼 온 터다. 이번 사고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 부분 역시 새롭게 들여다 봐야 하겠다. 잇단 경고에도 땜질식 개선으로 일관한 결과가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이어진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