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일출 현장의 신기루 과정 /변희룡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09 19:09:26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출 현장을 체험하려는 인파가 정동진, 간절곶, 광안대교 등으로 몰렸다는 소식은 흔히 들었다. 그러나 일출에도 종류가 있고, 그 안에 신기루 과정이 있다는 설명은 무척 생소하다. 해가 구름이나 안개층을 지나지 않고 바다에서 하늘로 바로 솟는 것을 해수면 일출이라 한다. 이때 수면 아래에도 해가 한 개 더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잠시 있는데 이를 오메가 일출이라 한다.

햇빛은 대류권에 진입하면서 굴절하기 때문에 수평선 아래의 해가 이미 솟은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약 32초다. 공기 밀도에 의한 빛의 굴절로 생긴 현상이 신기루다. 신기루란 없는 물체가 보이는 것이라고 오인하곤 하는데 그것은 환상이라 구분한다.

해수면 일출은 수평선 상공이 청천무무여야 가능한데, 이런 날은 귀해서 한 번 만나면 3년간 운수대통한다는 속설이 있다. 올해 3~ 5월 부산의 이기대 동생말에서 해수면 일출이 관측된 날은 딱 하루(5월 5일)였다. 오메가 일출은 해수면 일출 중에서도 빛이 두 번 이상 더 굴절한 경우다. 수면 아래에 해가 하나 더 있어 보여 전체 모양이 오메가(Ω)와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빛이 통과하는 구간 안에, 주변보다 뜨거운 럭비공 모양의 큰 공기덩이가 있으면 그로 인한 밀도 차이 때문에 생긴다. 하향하는 빛은 럭비공의 전면 상부로 입사한 후 굴절해 수평 진행하는 빛이 된다. 럭비공의 후면 상부에서 나간 후는 다시 굴절하여 상향하는 빛이 된다. 그래서 수평선 위에 있는 상이 아래에도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오메가 일출에서는 해 두 개를 상하 대칭돼 보이게 하는 제2 수평선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이것이 진짜 수평선이고, 눈에 보이는 수평선은 가짜다. 두 수평선 사이가 허상 영역인데 본래 바다로 보여야 하나 하늘이 비쳐 보이는 것이다. 이는 사막에서 낙타 다리가 지하로 연결돼 보임과 같은 현상이다.

이 허상 영역이 나타나는 날은 다른 신기루도 동반된다. 허상 영역이 물체를 하늘에 떠 보이게 하고 상하 대칭되게 하여, 대마도나 배들이 허상 영역의 폭만큼 커 보인다. 이 폭은 공기의 밀도 차이가 클수록 커진다. 대마도는 허상 영역만 증기무에 가리는 경우가 많아서 제2수평선을 구별하려면 전문적 설명이 필요하다.

오메가 일출은 워낙 만나기 어려워 조부손 3대가 적덕 적선해야 만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부산 앞바다에서는 해류와 기류의 조화가 특이하여 오메가 일출이 잦은 편이다. 구로시오 난류의 북편 지류는 제주도의 먼 동쪽을 돌아 대마도로 접근하는 대마 해류가 되고, 대마도 서쪽 해안을 따라 북향하면서 부산으로 직행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연평균기온(15.3도)이 부산보다 높은 곳은 제주도 외에는 없다.

이 온난 해수면 위에 겨울의 한랭기류가 덮히면 해수면 상공에 온난 럭비공이 형성된다. 동해안에서는 북풍일 때 청천무무가 생기는 기후 특징이 있는데 부산은 이 영향도 오메가 일출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부산의 겨울 평균수온은 15도다. 최저기온은 영하 14도까지도 내려간다. 일 최저기온이 영하인 날은 12월 26일부터 2월 26일까지 53일간이다. 이 기간에 눈비가 지나가고 찬 바람이 몰아친 직후에 오메가 일출이 출현한다. 이런 날 새벽에 촬영을 나설 정도의 열정을 가졌다면 조상 때부터 적덕했을 것이고, 그 정도 건강이면 장래도 순탄하리란 추측으로 그런 속설들이 생긴 모양이다.

대마 해류의 본류가 지나가는 대한해협 지역은 해류는 뜨겁지만, 서향이라 해상 일출을 볼 수 없고 구로시오 난류의 본류가 지나가는 오가사와라 지역에서는 기류가 한랭하지 않다. 독도 부근도 수온이 낮아서 발생 빈도가 낮다. 찬 해수면 위에 더운 공기가 덮일 때 생기는 한랭 럭비공에 의해서도 오메가 일출은 가능하나 빈도는 낮다. 한랭전선 등에 의해 럭비공들이 생길 수도 있으나 이때는 운무를 동반해 안 보인다.
일출 현장을 기복 관습으로 잇는 인식은 아주 오래되었지만, 그 과학은 아직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를 적극적으로 예측하고 홍보하기만 하면, 화이트 크리스마스처럼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은 아주 크다. 새해에 부산에 오메가 일출이 뜬다는 예보가 10년 정도 지속되면, 하루 몇 십만 명의 외국인이 몰리는 메카가 될 것이다. 시인 타고르의 예언대로 동방의 빛이 될 것이다.

부경대 명예교수·전 한국기상학회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장거리 통학 /동길산
보이스피싱, 알면 당하지 않아요 /김철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혐오 키운 우리 안의 방관자 /김민주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북미 합숙 협상
만 원짜리 지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뉴스테이 사업 재검토…임대주택 공급 차질 없어야
주휴수당 부담에 ‘알바 쪼개기’…악화되는 고용의 질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