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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의료도 산업이다, 규제만 할 것인가 /박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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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17 18: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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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의사가 별로 없는 싱가포르가 의료 강국이라고 하면 어리둥절해 한다. 싱가포르가 만든 의료 앱이 82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도입한 링엠디라는 디지털 의료 서비스는 8억 80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언론은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다. 그러나 규제는 누가 만들었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의료계 규제도 정부가 만들었다.
   
2013년 16만3011건이었던 우리나라 척추 수술이 2015년 15만899건으로 줄었다가 2017년 17만2590건으로 다시 늘었다.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이유는 정부가 새롭게 만든 규정 때문이다. 정부는 수년 전 척추 수술은 응급 상황이 아니면 연속적인 6주 이상 치료를 해야 수술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통증이 아무리 심해도 마비 증상이 없으면 병원으로서는 수술을 해 줄 수 없다. 다른 병원에서 6주간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의 기억이 틀릴 경우는 수술한 병원은 과잉 치료라고 하여 치료비를 환수(삭감)당한다. 그러나 실제 수술은 줄지 않았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어차피 하게 되어 있으며 고령화로 퇴행성 척추 질환 발생이 감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그런 규제를 만든 이유는 서울의 한두 개 병원에서 내원 환자의 78%를 수술했다는 보도 등 과잉 수술이 사회 문제가 되었고, 증가하는 의료비를 줄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비정상적으로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을 없애기는 했지만 신경성형시술 같은 비급여 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규제는 도로, 소방 군대처럼 의료도 공공재라는 정부의 기본 개념 때문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의료의 90% 이상을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보건 의료에 대한 국가 투자는 별로 하지 않으면서도 의료를 공공재로 생각하는 건 모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왕절개 분만율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연분만, 제왕절개 등 실제 분만이 이뤄진 의료기관 수는 603개소로 2006년 1119개소 대비 46.1% 감소했다. 또한 시·군·구 250곳 중 59곳에는 산부인과 병원이 단 1곳도 없다. 저출산으로 문 닫는 병원이 많아지니,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의사도 줄어든다. 해마다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매년 200명이 넘었으나 2013년 103명 이후로 100명을 넘은 적이 없다. 결국 대도시 외의 국민이 고통을 받는다. 이런 상황은 의료가 공공재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의료는 규제 일변도이다. 과도한 치료를 하는 병원이 있으면 그 병원에 대해서만 제재하면 될 것을 전체 의료계의 문제로 매도하여 규제한다. 그래서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원격 진료도 의료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이 아닌 공공재이므로 원격 진료는 규제되어야 한다고 의료계도 생각하게 되었다.
정부나 언론, 심지어 대부분의 국민도 의료계의 주장을 돈을 벌기 위한 이기주의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병원 전체의 순수익 합계가 삼성생명 한 개 회사 순수익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도되지 않는다. 의사 연봉이 많다고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의사는 고액 연봉자일 뿐이다. 모든 회사에 고액 연봉자는 있기 마련이다. 대기업에는 의사 연봉의 수십 배를 받는 임원도 있다. 문재인케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국종 교수의 외침이 의료계의 외침이다. 너무나 많은 응급 환자에 대해 최선의 진료를 해도 교수 한 명의 개인 적자가 연 10억 원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원가의 70% 전후라는 정부 기관의 발표가 우리나라 의료의 현주소이다.

   
국가가 의료를 공공재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앞으로 인도보다 더 뒤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 정부가 베푸는, 국민에 대한 시혜나 단순한 공공재가 아닌 국가적인 산업으로서의 의료로 생각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대부분의 의사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

박원욱병원 대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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