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반, 핵심은 검증.”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없던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 표현이 잇따라 나왔다. 그제 서울에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서다. 그는 서훈 국정원장,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삼각 라인’을 형성해 대화 국면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미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여러 번 만났고, 싱가포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비핵화 시간표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2020년 말까지로 못박힌 것은 예상했던 바다. 중요한 것은 미국 최고 당국자가 이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구체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논의가 물밑에서 긴밀히 전개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는 또 “남북 간에 이야기해온 시간표가 있다”며 남북미 3자 협의의 진행 사실도 내비쳤다.

이 같은 시간표 제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절차에 신속히 돌입하게 될 것임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제 한미일 외무장관 기자회견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마칠 타이밍의 시급성을 알고 있다”며 “핵심은 검증”이라고 밝혔다. 시한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으며, 후속 절차도 속도감 있게 전개되리라는 희망을 전한 것이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 타이머는 ‘2년 반’으로 맞춰진 셈이고, 이때까지 검증도 마쳐야 한다. 문제는 이 단계까지 이끌어가는 협상력이다. 그런데 협상력은 말솜씨가 아니라 단계적 동시적 이행에서 나온다. 정상 간 만남에서 새로운 관계까지 언급된 마당이다. 이제 ‘말 대 말’을 넘어 ‘행동 대 행동’의 단계로 전진할 시기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북미대화 진행을 전제로 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도 핵실험장 폐기라는 북한의 ‘행동’에 상응한 미국의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CVID를 원하는 만큼 북한이 CVIG를 원한다는 점도 폼페이오 장관이 모를 리 없다. 서로 ‘역지사지’하는 가운데 ‘윈윈(Win- Win)’하는 후속회담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