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담판’ 날이 밝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늘 오전 9시(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마련된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북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담에 한반도의 명운이 걸려 있다. 70년 냉전체제를 끝장낼 것인지, 아니면 영구분단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인지 판가름하는 회담이다. 7000만 남북 주민을 비롯한 세계 평화 애호 시민들은 가슴 졸이며 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회담에 임하는 북미 정상의 사정은 각자 다르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김 위원장이나 미 본토를 겨냥한 북한 핵미사일의 폐기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기는 마찬가지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평화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그런 만큼 결코 결렬시켜선 안 될 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한 “다시 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기회”란 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따라서 북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바꾸는 통 큰 결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VIG)’을 합의문에 명시함으로써 그 의지를 실증해야 한다. 물론 ‘CVID’와 ‘CVIG’를 행동 대 행동으로 주고받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합의할 수 있다면 최선이다. 그러지 못하더라도 ‘CVID’와 ‘CVIG’의 교환에 합의한 뒤 후속회담을 통해 ‘비핵화(체제 보장) 시간표’를 짜는 차선책을 도모하는 게 옳다.

협상은 당사자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법이다. 그런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 그리하여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오는 7월 27일 판문점이나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 내지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전문가 입회 하에 북한 핵시설을 폐기하게 된다면 비핵화(체제 보장) 프로세스는 순풍에 돛단 듯 실행될 것이다. 북미 정상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