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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그래서 산에 갑니다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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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07 19:40:54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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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나루 낙동강변 철길 따라 길게 늘어선 붉은 장미가 한낮의 따가운 햇볕이 견디기 힘들었는지 하나둘 꽃잎 떨구며, 여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이따금 스치듯 열차는 요란한 소리만 내고 급히 지나간다.

   
분주한 삶의 한편에 안식처가 필요한 우리의 마음 아랑곳하지 않고, 6월의 뜨거운 계절은 어김없이 곁에 다가와 자리한다. 앞엔 낙동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가까운 뒤편에 금정산이 감싼 부산에 산다는 것은 내게 행운임이 틀림없다. 아무리 더워도 집에서 걸어 5분 이내에 숲이 만든 터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섭게 추운 계절도, 변덕스러운 바람도 터널에 접어드는 순간 벗어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 사람처럼 나도 생활공간이 아파트라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을 자주 만난다. 짧은 만남이지만 좁은 공간의 어색함이 서로 불편한 듯 일상의 생활이 인사 주제가 된다. 그런데 나와 자주 마주치는 이웃은 하나같이 ‘요즈음도 산에 자주 가냐’고 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엔 나의 복장이나 신발이 산과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 주민은 자신도 산에 가고 싶은데 무릎이 아프다는 둥 허리가 좀 시원찮다는 둥 여러 가지 이유를 묻지도 않는데 반복한다. 그러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럼요. 시간만 되면 뒷산에 가는데요”라고 한다. 또 내 시선은 그의 눈에서 허리로 향한다.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곁눈질이지만, 그도 눈치 있으니 알아차렸을 것이다. 여지없이 아이를 가진 임신부처럼 뱃살이 윗옷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몸에 걸쳤던 계절에 볼 수 없던 모습을 이젠 여름이라 여지없이 드러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오지랖이 발동해 내가 더 걱정이다. 가까운 곳에 최고의 환경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관심한지, 나에겐 그에게서 풍기는 술 냄새가 더 익숙하다.

어쩌면 그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나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때로는 뭐 하러 힘들게 금방 내려올 산을 올라가는지 내게 묻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더운 여름엔 나도 이해된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부산에 연고가 없어 주말이면 갈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산은 나를 귀찮아하지도 눈치도 주지 않으면서, 건강까지 돌봐주니 제가 가장 편한 곳이 산이에요. 그래서 산에 갑니다’라고 한다. 실은 나도 가끔 산에 가는 것이 마치 과제를 해야 하는 것처럼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지난주 햇볕이 뜨겁던 어느 날, 태양이 머리 위에서 멀어지길 기다리다 늦은 오후 산에 갈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숲이 만든 터널에 접어들자 빗소리만 들렸다. 오솔길에 늘어선 나뭇잎이 내리는 비를 받아내고 있었다. 빗방울 소리는 점점 커지며 자연이 빚는 화음이 되어 새들도 둥지로 날아간 뒤 관객 없는 산중에 울려 퍼졌다.

   
평지와 완만한 오르막, 가로질러 난 오솔길 따라 음악 소리는 점점 크고 빠르게 들렸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세어 보니 1분에 120보를 걸었다. 경사가 심하지 않았지만 오르막에서는 1분 동안 100보를 걸었다. 다시 세어보았다. 경사가 급한 곳이라 80보를 걸었다. 완만한 평지성 경사에서는 보통사람도 30분이면 3000~3600보를 걸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강을 지키려면 하루에 30분(3000보) 이상 걸으라고 하는 이유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 80보를 걸었을 때 맥박을 세어보았다. 분당 150회였다. 내게는 운동 강도가 90%에 해당하는 꽤 높은 수준이었다. 몇 년을 뒷산에서 단련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40, 50대 중년이 연습 없이 이렇게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하면 매우 위험하다. 핑계 많은 우리 이웃의 그도 주말마다 산에 오르면 충분히 가능할 텐데. 다음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한번 권해볼까?

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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