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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잔병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고?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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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03 18:46:59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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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해도 이상 없고,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미미한 병으로 고생 중인 분이 많다. 그저 ‘신경성 위염’ ‘신경성 두통’과 같이 신경성이라는 모호한 진단명만 받을 뿐이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지만 이 역시 의미 없는 조언에 그치기 마련이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먹고살아야 하는데?’ 이런 마음속 목소리가 내면에서 마구 올라온다.
   
신경성 질환은 치료가 참 어렵다. 어떤 약을 써도 잘 낫지 않는다. 심지어 정신과 약물까지 처방받는 경우가 있지만 효과는 잠시 반짝이다.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 이유는 이런 병을 만드는 것이 ‘환경과 성격’이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수십 년간 형성한 성격과 그 성격이 세상과 만나면서 생기는 생각의 습관이 만드는 병이기 때문에 이토록 치료가 어렵다. 환경과 성격이 바뀌지 않으면 치료가 미궁으로 빠진다.

신경성 질환은 ‘마음이 몸에 보내는 신호’다.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는 신호를 몸에 표현한 것이다. 성격을 바꿔보든지, 직업을 바꿔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마음이 몸을 향해 자기표현을 했으니 마음과 몸이 고통을 나눈 셈이다. 마음의 한구석 혹은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 두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문제는 마음의 인내력이 너무 강력한 경우에 발생한다. 인내력이 강해서 마음이 몸에다가 찍소리도 못하면 잔병이 생기지 않는다. 웬만한 스트레스는 모두 이겨낸다고 착각한다. 술 한 잔, 담배 몇 개비, 등산이나 운동으로 다 풀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 스트레스는 이겨낼 것이 아니라 풀어내고 화해해야 하는 대상이다. 밥을 먹었으면 화장실에 가야 하듯,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것을 어떻게든 배출해야 몸에 상처를 남지 않는다.

몸이 건강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바로 몸이 버티다가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다. 강력한 정신력에 눌려 한 마디도 못 하다가, 더는 인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러서야 중풍 심장마비 말기암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보다는 평소 잔병이 많은 편이 낫다. 옛날 어른들도 ‘잔병 많은 사람이 오래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이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힘든 마음을 꾹꾹 눌러 두지 않고 곧장 신경성 질환으로 표현하면 소화도 안 되고 머리도 아프지만 삶 전체로 봤을 때는 훨씬 건강한 자기표현의 삶일 수도 있다.

병은 자기 역할을 다하면 떠난다는 말이 있다. ‘병’이라는 것은 일종의 경고신호이기 때문에 그 신호에 귀 기울여주기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다. 그래서 ‘병’과 ‘건강’은 정반대의 의미가 아니라 연속 선상에서 생각해야 한다. 빨리 떼어내고, 증상을 가라앉힐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병이 내는 이면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병이 내는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고 기다려야 한다. 사람도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으면 화가 나듯이, 병이 내는 목소리도 중간에 끊으면 다시 나타나서 괴롭힌다.

병이라는 경고 신호를 듣고 나서는 삶을 되돌아보고 무엇 때문에 병이 왔는지 성찰하고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병을 일으킨 원인이 사라지면서 병도 자연히 낫는다. 신경성 질환은 불편한 병이 분명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잔소리 같은 존재다. 그 잔소리를 경청하면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큰 병에 걸리고 나서 모든 것을 내려놓지 말고 신경성 질환을 통해 삶을 리모델링 해보자. 세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삶이 바뀌고, 삶이 바뀌면 내 몸속 병이 치유된다.
   
몸과 마음이 나에게 주는 신호,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자. 화재 경고 벨이 울렸으면 불을 꺼야지 시끄럽다고 화재 경고 벨을 부수면 안 된다. 잔병이라는 경고 벨, 고맙지 않은가?

공감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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