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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포츠 에세이] 12시간의 기적 /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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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31 19: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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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계탁구선수권 부산 유치를 위해 지난 4월 말 스웨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 1일 세계탁구연맹총회에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열정적으로 부산을 소개했다. 200여 회원국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표를 던졌다. 그토록 염원했던 세계선수권을 마침내 국내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고향인 부산에서 처음으로. 100대 이상의 탁구대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동시에 기량을 겨루는 장관은 세계선수권에서만 볼 수 있다. 2020년이면 그 경이로운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또 다른 역사가 잉태되고 있었다. 바로 남북 여자 단일팀 구성이다.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2018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에서 남녀 태극전사들은 8강에 안착했다. 기적은 16강전이 끝난 지난 2일 오후부터 일어났다. 한국은 8강에서 북한-러시아 승자와 대결할 예정이었다. 북한이 러시아를 이겨 남북 대결이 성사됐다.

그때 토마스 바이케르트 세계탁구연맹 회장이 ‘두 나라가 원팀을 구성해 8강전 없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과의 3자 회동도 주선했다.

단일팀은 남북 선수들만 동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8강에 올라온 8개국은 물론 남북 정부의 동의와 승인이 필요했다. 다음 날 8강 진출국 모두와 남북 정부가 단일팀 구성에 동의했다. 바이케르트 회장이 제안한 시점부터 불과 12시간 만이었다. 스웨덴으로 오기 전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991 지바세계선수권에서 남북 여자 단일팀이 중국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던 ‘감동’이 없었다면 성사되지 못했을 기적이기도 했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50년 전 미중의 ‘핑퐁 외교’를 인용해 “탁구의 전통 같은 일이다. 우리 아이디어(단일팀)가 평화에 도움을 줄 거라고 봤다. 얼마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스포츠가 남북을 도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일팀과 일본의 준결승전을 관전할 땐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27년 전과 현재의 단일팀이 함께 겹쳐지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우리가 지금 하나가 됐다는 자체가 가슴 벅찼다. 더욱 특별한 건 ‘KOREA팀’ 선수 9명(한국 5명, 북한 4명)이 모두 동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한민족의 하나 된 힘으로 이룬 값진 메달에 감격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남북 선수단이 헤어질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한반도기를 들고 활짝 웃는 그들의 표정에 감회가 새로웠다. 27년 전 나는 일본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북한의 리분희 언니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아 펑펑 울었었다. 신세대 남북 선수들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웃으며 서로를 보내줬다고 한다. 북한 여자팀의 김남해가 서효원(한국마사회)에게 “다음에 또 보는 거냐”고 여러 번 묻자 서효원이 “나중에 보게 되면 맛있는 거 사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남자대표팀의 김택수 감독은 북한 남자팀을 향해 “우리가 (여자 단일팀에 밀려) 존재감이 너무 없었다. 기회가 되면 우리도 한팀으로 해보자”고 깜짝 제안해 웃음을 자아냈다는 뉴스도 봤다. 남북 선수들은 섞여서 휴대전화로 셀카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 나는 상상한다. 제3, 제4의 단일팀이 빨리 만들어지길. 북한과 자주 왕래하며 교류전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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