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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에세이] 스포츠계 금수저 자녀와 ‘제2종 오류’ /송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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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4 19:02:14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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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비야레알의 경기가 열린 지난 20일. 현지 언론은 선발 라인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자신의 둘째 아들 루카 지단을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루카는 주전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와 제2골키퍼 키코 카시야 대신 골문을 지켰다. 지단 감독은 인터뷰에서 “루카는 아직 프로 데뷔를 못 했다. 또 이번 시즌 유일하게 출전하지 않은 선수여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 덕에 아들이 데뷔했다”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루카는 2-0으로 앞서던 후반 두 골을 내줬다.
   
앞서 한 스페인 언론들은 “팬들은 루카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 참가할 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다른 선수와 똑같이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비판인 셈이다.

지단처럼 감독은 운동선수에게 신적인 존재다. 어린 선수들은 자기보다 실력이 못한 금수저 또는 부잣집 아이가 경기에 출전하는 걸 보면 총 맞은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도 겉으론 찍소리조차 못 한다. 감독한테 미운털이 박혀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는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상품과 같다. 경기에 뛰어야 상급학교 진학이나 실업·프로팀 진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는 감독한테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학부모가 감독에게 반기를 들려면 자식의 장래를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감독의 힘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잘 나타났다. 한 종목의 감독이 A선수에게 ‘B선수를 밀어주라’고 지시하자 A선수는 가문의 영광인 메달까지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견제받지 않는 감독이 자신의 자녀 또는 지인의 자녀를 자기 팀에 데리고 있다면 공정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인이 스포츠계의 대스타거나 영향력이 크다면 더욱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대를 이어 운동하는 선수가 많다. 차두리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는 몇 해 전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차범근이었다’고 한 적이 있다. 축구선수 출신인 나는 선수 시절 내내 패스라도 한 번 잘못하고 나면 교체될까 두려워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사람으로서 ‘차범근 아들’로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은 솔직히 부러웠다. ‘국정 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의 딸 정유라처럼 “돈(권력) 없는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쏘아붙이면 할 말은 없지만.

절대 권한을 갖고 있는 감독은 실제로는 옳은데 기각하는 제1종 오류보다 실제로는 틀리는데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제2종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제1종 오류는 선발 출전 가능한 선수가 후보로 분류되어 방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제2종 오류는 후보가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제치고 선발 출전하는 경우다. 선발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가 선발로 출전하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최근 허재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두 아들을 국가대표로 선발한 걸 두고 “명백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비판자들의 눈높이에선 허 감독이 명백한 제2종 오류를 범한 것이다.

   
우리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안으로 굽은 팔을 바로 펴려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글은 누구에게 ‘금수저’라는 낙인을 찍어 공격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동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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