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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문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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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0 18:51:2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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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천장 높이에 머물면서 분리된 자기 육신을 내려다본다. 잠시 떠 있던 영혼은 아주 따뜻하고 가벼운 무게를 느끼면서 무언가 밝게 빛처럼 인도하는 것에 이끌려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간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자기가 살아온 인생이 짧은 시간에 영화 필름처럼 돌아간다. 약간은 기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소위 ‘임사(臨死)체험’을 겪었던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을 묘사한 것이다. 실제로 죽음의 상태에 이른 게 아니라 산소 공급이 안 돼서 뇌가 허구로 만들어낸 꿈과 같은 거라고 반박하는 주장도 있지만 아무튼 이 체험에서만큼은 죽음은 그렇게 무섭지 않고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죽음은 언제나 다루기 힘든 주제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고, 전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울 수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공포감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죽음은 사람을 떠나 종교의 영역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예부터 인명재천이라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어서 미리 정해진 운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 의술이 발달하면서 더는 인명은 하늘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달린 것 같다. 의식이 없어도, 호흡이 멈춰도 인공적으로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서 과연 치료를 계속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생겨난다.

필자는 사람이 스스로 삶을 끝낼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지에 대해 늘 의문을 품고 있다. 자살은 어떻게 보면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얼마 전 104세 호주 과학자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어서 힘들고, 더는 사는 게 즐겁지 않다면서 안락사를 택하여 세상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남의 도움을 받기는 하였지만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한 경우라서 자살에 속한다. 그렇지만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 사람은 죽음에 대해 아무런 권한도 부여받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삶은 없다고 믿기에 어떤 형태의 자살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해 전에 ‘김 할머니 사건’으로 촉발된 논쟁이 있었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생명만 연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였다. 다행히 김 할머니에 대한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로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지만 의료계는 그 이전에 ‘보라매병원 사건’을 치른 다음이라 이래저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의식이 없는 환자를 대신해서 보호자가 의료진과 상의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함으로써 환자가 사망하였고, 법원은 보호자와 의사들에게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하였다. 결국 모든 논란의 중심은 한 사람의 죽음을 두고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있고 난 뒤 시간이 꽤 흐르긴 하였지만 지난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발효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연명 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게 되었다. 소생할 가능성이 없거나 사망이 임박한 임종 환자나 말기 암 환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피하고 ‘웰 다잉’, 즉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는 본의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의사 표현이 어려우면 반드시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최근에 우리 병원도 이 제도를 시작하기 위해 심의를 담당할 윤리위원회를 만들고, 연명 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서의 등록을 마쳤다. 이 법을 제대로 지키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와 문서작업이 필요하다. 앞으로 절차가 좀 더 간편해진다고는 하지만 혹시 치료 중단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가족들이 나중에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분쟁이 생길 수 있어 염려된다. 여기서 새삼 이런 의문들이 떠오른다. 의사든지 가족이든지 그 누구라도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멈추게 할 권한이 있는가. 더 나아가, 내 목숨은 본디 내 것이 맞는지.

해운대백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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