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등산 애호가로 유명하다. 이미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주요 트레킹 코스를 섭렵했다. 2004년 청와대 민정수석 퇴임 후 달려간 곳도 히말라야였다. 그는 당시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라다크 등 3대 트레킹 코스를 걸었다. 라다크 코스 완주를 눈앞에 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소식을 접하는 바람에 급히 귀국하기도 했다.

12년 후인 2016년 6월 그는 다시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다. 네팔의 랑탕(Lang Tang) 코스였다. 평균 해발 4000ｍ 안팎의 산길을 15일 동안 걸어서 주파함으로써 히말라야 4대 트레킹 코스를 ‘거의’ 완주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주말 일정도 ‘마크맨’으로 불린 기자들과의 북악산 산행으로 잡았다.

이런 문 대통령의 ‘등산 사랑’은 ‘4·27정상회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상지는 민족의 성산(聖山)인 백두산(2750ｍ). 그는 이날 두 차례나 ‘백두산 트레킹’을 언급했다. 첫 번째는 오전 평화의집 1층 환담장에서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한 부분이다. 저녁에도 다시 백두산이 화제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만찬 인사말 중 건배 제의를 통해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주리라 믿는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라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꿈을 빗대 민족 모두의 소망으로 자연스럽게 승화시킨 절묘함이 빛났다.

실제로 현재 백두산 관광은 중국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13㎞ 구간을 트레킹하는 서파(西坡) 코스와 천문봉까지 차량으로 오를 수 있는 관광코스인 북파(北坡)가 대표적이다. 중국 측 통계에 따르면 백두산 관광객 수는 2015년 이후 매년 200만 명이 넘는다. 해발 2500ｍ 이상급 16개 천지 주변 봉우리 중 최고봉인 장군봉(백두봉)을 품고 있는 북한도 1970년대 이후 백두산 관광 사업을 펼치고 있기는 하다. 심지어 장군봉에서 천지 물가까지 편하게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도 운영한다. 그러나 관광객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북측을 통한 백두산 트레킹 길이 열리면 남측 산꾼들의 쇄도로 북한 관광산업이 활기를 띨 수도 있겠다. 내친 김에 백두산에서 출발해 지리산까지 가는 ‘백두대간 대종주 ’ 트레킹 코스도 개발한다면 ‘대박’이 날 듯하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