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아버지의 고향인 부산에 발령받고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을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다. 근무를 시작한 지 두어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수도권에 살고있는 지인과 주말 술자리에서 “부산 사람들은 회식 때마다 활어회를 즐기니 참 좋겠다”하기에 “미안하지만 나는 5번 회식 모두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고 딱 한 번 횟집에서 술 한 잔한 것도 참치회였다”고 하니 다들 당황해했다.
앞의 에피소드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이 가진 부산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대부분 지역의 사람들은 비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떨어진다고 본다. 정말일까? 적어도 부산의 경우 비는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지만 옆에서 아니 아래에서 위로 때린다.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강한 바람 때문이다. 만약 수도권에 거주하는 건축가들이 이러한 지역 특성을 모르고 설계하고 건축했다면 그들이 수행한 건축물은 하자 보수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도 나는 매주 어김없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현장을 찾고 있는데 많은 분이 조선업 불황과 자동차 부품제조업의 어려움으로 지역경제가 침체하고 매출 감소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부산은 17개 시·도 중 노인 인구가 51만8000명(14.6%)으로 대도시 중 최고이고 고용률은 전국 평균 64.5%에 비해 56.4%로 최저 수준이며 실업률은 전국 평균 3.5%에 비해 4.5%로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통계청 인구통계자료, 2017년 7월 기준).
그렇다면 수도권 이하 다른 지역에서 가진 부산에 대한 편견이 부산 사람들에게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견해는 ‘있다’ 이다. 부산은 서울, 제주와 함께 국내 최대 관광 중심지다. 실제 수치로 2016 부산관광산업 동향분석에서는 부산을 방문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1420만 명이며 이들이 부산지역 상권에서 소비하는 신용카드 금액은 4조728억 원이다. 여기에다 현금 지출을 감안하면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금액은 부산시 한 해 본예산 10조 원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여름 밤 부산역 앞 분수광장에 열광하는 국내외 관광객, 168계단에 숨어있는 5개의 카페와 정상의 게스트하우스를 갖고 있는 초량이바구길, 뉴욕타임스가 ‘52 Places to Go in 2017’에서 제주도를 제치고 선정한 전포카페거리, 매일 수천 명이 찾는 영도대교 도개식 외에도 부산에는 알려지지 않은 관광명소가 곳곳에 있다.
최근 개장한 송도케이블카는 지난 2월 기준으로 113만 명이 찾았고 매출액은 200억 원을 넘겼으며 이에 따른 송도해수욕장 1000만 명 이용객 돌파라는 파급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특히 자갈치시장-국제시장-깡통시장으로 연계되는 지역특화 전통시장은 한해 115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고 있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주고 소득 주도 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 경영상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일자리안정자금도 1월 제도도입 초기 신청 근로자가 8만여 명에서 3월 중순에는 129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정부가 예상했던 236만 명의 54%에 해당되는 규모다.
생각을 바꾸자. 편견을 버리자. 전국 최고의 노인 인구 비율은 부산이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최고의 환경이라는 방증이며 실버산업의 대표적인 발전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통계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부산지역중소벤처기업청(조종래 청장)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에서는 2017년도부터 지역 내 경쟁력을 살린 특화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정책 실천에 노력하고 있다. ‘장사의 신보부상 진시장에 떴다’는 소상공인협동조합의 우수한 제품을 선정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행사이다.
국내 3대 관광도시라는 특성을 기반으로 상권 창출을 위한 상인교육, 동종·이종 간 협동조합 구성 및 지원,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무장한 청년 상인의 사회 진출을 위한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시설·장비도입 및 경영안정에 필요한 자금 지원 등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원 사업을 최대한 활용해 편견을 도전으로 바꾸어 우리 앞에 있는 모든 어려움을 함께 헤쳐 가는 일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부산울산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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