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침내 남북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역사적 담판을 벌인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의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연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반도 냉전 구도를 해체하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이 오늘 회담에 군 수뇌 4명을 배석시키는 것으로 미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지난 1년 가까이 한반도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관계가 지속됐다. 그러나 새해 들어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면서 급격히 화해 무드로 돌아섰다. 그 결과가 오늘의 남북 정상회담이지만 이제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 여정의 첫 단추를 끼웠을 뿐 북미 정상회담 등 갈 길이 먼 까닭이다.

특히 오늘 만남은 이전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달리 단순한 남북관계 개선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한반도 평화의 최대 이슈인 비핵화를 분명한 의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당시와 달리 우리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의미를 가진다. 이 같은 북한의 비핵화는 오랜 남북 정전체제에 마침표를 찍고 평화체제로 나아갈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이는 결국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안보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세계 역사에도 뚜렷하게 기록될 만한 사안이다.

따라서 관건은 오늘 회담에서 비핵화에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합의를 담아 내느냐에 있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비핵화를 말하고 있지만 방법론을 두고 여전히 큰 시각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향후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완성되기 어렵다. 남북 정상 만남이 이전처럼 상징적인 선언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래야만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번 회담의 모토가 제대로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