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나무가 없으면 메아리가 떠난다. 그리고 메아리가 사라진 산은 더욱더 황폐해진다.

메아리는 반응이고 그 반응은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과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관심과 배려는 인간이 실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이것들은 크게 부지런하지 않아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남들에게 베풀 수 있다. 도를 넘는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무시나 무관심은 사람을 멀어지게 하고 종국에는 떠나게 한다.

성경에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구절이 있다. 별것 아니지만 본인에게 터럭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거나 배려를 받은 구석이 있다면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소박한 교훈이다.

물론 성경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다. 두 말이 서로 모순되고 상반되는 말이 아닌가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이 둘을 합친 이야기가 바로 ‘받은 고마움은 절대 잊지 말고 베푼 일은 곧바로 잊어라’이다.

이승에서 한평생 살다가 저승으로 가는 게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숙명을 거역하기 힘들다면 하늘의 부름을 받아 소천할 때 평화롭게 웃으며 갈 수 있도록 살아있는 동안 베풂과 배려에 집중하자. 배려와 베풂을 꼭 물질적인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

주위의 고마운 분들에게 ‘내가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쁘다 보니’ ‘늘 생각은 하는데 ’ ‘진심은 그게 아닌데’라고 자기합리화와 변명을 하기보다는 단 1분만, 아니 30초만 할애해도 만사가 잘되고 무난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고 구차한 변명에 급급한 경우가 허다하다. 차라리 침묵이 나을 법한데.

요즈음 노숙자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밥 퍼’ 봉사가 유행이다. ‘밥 퍼’를 전문으로 하는 봉사단체가 후원자(개인 및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한 번에 수백 명을 대상으로 먹음 직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행사에 여러 번 참여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매번 느끼는 것은 수백 명의 대상 중 단 한 명도 감사하다느니 고맙다느니 하는 반응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의 처지가 노숙자이거나 아니면 도움을 받아야 할 약자이다 보니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그냥 고개를 숙이고 만다고 한다면 이것은 아니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다만 불편할 뿐이다. 그럴수록 밝은 얼굴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떳떳하고 당당하다. 언제까지 노숙자여야 하는가. 재기의 그 날, 가정으로 돌아가는 그 날을 위해서라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와 밝고 맑은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영위해야 할 것이다. 사회와 모든 주위 사람을 원망하고 적으로 간주한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될 것인가.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이탈리아 로마의 어느 광장 모퉁이에서 구걸하는 소경이 있었다. ‘앞을 못 보니 한 푼 도와주세요’라는 문구를 적어 옆에 놓고 구걸했으나 벌이는 언제나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한 여성이 새 종이에다 어떤 문구를 고쳐 써서 놓고는 가 버렸다. 그 날 저녁 구걸을 마치고 일어나 돈을 세어보니 행인들이 놓고 간 돈은 평소의 10배도 넘었다. 너무나 기쁜 걸인은 다른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지나가던 여성이 새로 쓴 구걸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오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합니다.”

달라진 문장 하나가 그토록 행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이게 바로 글의 힘이요, 참신한 사고의 힘이 아니겠는가.

인간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어느 누구라도 비록 조금은 부족하거나 미흡하더라도 제 분수를 알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한 것이고, 아무리 풍족해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불만이 가득하면 어떠한 경우에도 불행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숨어 있다. 바로 조그만 일에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조그만 일에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위에 언급한 걸인의 새로운 구걸문구처럼 기발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지 부정적이고 불만이 가득한 비뚤어진 마음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다.

이것을 마음에 새겨 항상 실천하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한평생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키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사)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