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굵직굵직한 도시개발 청사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원도심과 대청로 등 5개 지구에 ‘동남권 근현대 역사문화 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태종대를 사계절 체류형 테마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동구 범일동과 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2㎞가량을 섬유패션거리로 특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제대로 진행된다면 하나 같이 도시 발전 및 관광산업 진흥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사업임이 분명하다.

반면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 계획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2026년까지 완료하겠다는 태종대 종합개발의 경우 전체 사업은 36개이며 예상비용은 5483억 원이다. 이 가운데 시가 재정사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금액은 290억 원 수준이어서 민간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성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시는 태종대를 새로운 관광명승지로 육성하겠다는 원칙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민자유치 방안은 거론조차 하지 않아 뜬금없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부산항 개항 15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동남권 근현대 역사문화 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성사 가능성이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략 1조 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시는 단위 사업별로 국가 지원을 순차적으로 신청한다는 방침만 정했을 뿐이다. 정부가 시의 사업안을 수용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섬유패션거리 특화 역시 올해 안에 추진과제를 확정한 뒤 내년 이후에나 국비사업 발굴로 재원을 충당한다는 막연한 일정만 수립한 상태에서 서둘러 계획을 발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각종 사업을 통해 부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시의 포부에 쓴소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계획들이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이나 추진 일정도 없이 막무가내로 쏟아져 나온다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더구나 지금은 6월 지방선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민감한 시점이다. 누구라도 현실성이 결여된 이런 개발방안이 불쑥 튀어나온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는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이 같은 선심용 계획 남발을 당장 그만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