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1975~1987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시민 수만 명을 가둬놓고 폭행과 강제노역 등 온갖 학대를 일삼아 500여 명을 숨지게 한 이 사건은 명백한 위헌인데도 당시 정부의 압력으로 진상이 왜곡됐다는 판단에서다. 과거사위는 먼저 정부와 부산시의 위임을 받아 몹쓸 짓을 저지른 박인근 형제복지원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부터 바로잡기로 했다. 법원의 오판으로 위헌인 불법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는 시각이다. 많이 늦었지만 진상규명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갑기 이를 데 없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에 의해 운영됐다. 이는 기본권은 법률로만 제한한다는 당시 헌법의 법률유보원칙을 어긴 행위다.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금·강제노역 등을 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장한 당시 헌법 조항도 위반했다. 강제노동협약 자유권협약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협약에도 어긋난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진정을 심사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린 결론이다. 위헌적 국가범죄라는 얘기다. 과거사위의 판결 바로잡기는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다.

판결을 바로잡으려면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 신청을 해야 한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뒤 해당 심판에서 법령에 위반된 것을 발견했을 때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문제는 대법원이 조사를 통해 이유 없다고 판단할 경우 신청을 기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 압력에 눌려 부실 수사를 한 검찰은 물론, 1989년 불법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박 원장에게 업무상 횡령 등 혐의만으로 2년6개월형의 가벼운 처벌을 내린 대법원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시 대법원은 내무부 훈령에 의한 격리 수용을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형제복지원 운영의 위헌성이 드러난 만큼 대법원은 비상상고를 받아들여 불법감금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파기하는 게 옳다. 뉘우치지 못한 과거의 잘못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전향적인 조처로 30여 년 전 과거에 묶인 우리의 인권 시간을 이제는 미래로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