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 있는 말이다. 인생은 우물쭈물하다간 그냥 간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이다. 다음 질문의 정답은 무엇일까? “60대는 끝났고, 50대는 늦었다. 40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며, 30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하며, 20대부터 시작한다면 가장 현명한 일.” 그 일은 무엇일까. 바로 은퇴 준비이다.

은퇴 준비는 50·60대에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60대는 은퇴를 준비할 때가 아니라 은퇴 준비에 따른 수혜를 받아야 하는 때이다. 50대도 조금 늦었다. 충분한 은퇴 준비가 안 되었다면 모든 경제적 비경제적 활동을 은퇴 준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남은 인생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 준비와 관련된 모든 논의가 50대가 되어서야 집중되는 이유는 주택 마련에 자녀 교육 등으로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이 그제서야 피부로 실감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은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민간기업의 실질 퇴직연령이 평균 53세인 상황에서 베이비부머 세대 중 이미 퇴직을 경험한 1955~59년생의 80%가 지금도 일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은퇴의 개념은 무너지고 있다. 사실 은퇴라는 말은 원래 동양의 언어가 아니다. 사농공상이라는 직업적 분류가 신분이 되는 계급사회에서는 모든 직업은 천직이며, 은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은퇴(Retirement)의 어원은 본래 서양에서 온 것으로, ‘후퇴하다’ ‘뒤로 물러서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용어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돌아온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고령자를 생산현장에서 밀어내면서 ‘일을 그만두다’는 의미로 본격 사용됐다.

이런 은퇴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연금제도이다. 1차 대전 이후 미국의 은퇴시스템은 연금제도의 기반 위에 설계됐다. 독일, 스웨덴 역시 연금제도의 정착과 함께 은퇴시스템이 구축됐다. 따라서 어원이 어떻든 은퇴라는 말의 본질적 의미는 연금제도가 잘 정비된 서구사회에서 현재 직장에서 물러나 노동 없이 고정적인 수입(연금)이 발생하는 라이프사이클상의 변화라고 정의하는 것이 옳다. 즉, 노동 없이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은퇴가 아닌 것이다. 즉 퇴직인 것이다. 연금과 같은 노동 없이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은퇴는 은퇴가 아니다.

한국과 같이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 이상인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사회)까지 진입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28년밖에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스피드 고령화 국가에서는 서구식 은퇴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노인 빈곤율이 49%에 이르는 한국에서 노인소득이 전체 평균소득의 62%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서구식 은퇴라는 개념은 더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노후준비를 대비하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사실 40대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자녀교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업 성공, 직장 내 승진, 주택마련 등 현실적인 과제가 많지만, 본인의 20년 이후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은퇴 준비이다. 특히 40대에는 라이프사이클상 지출만큼이나 수입이 큰 때이므로 이를 계획적으로 잘 배분하여 개인연금 등으로 은퇴 준비를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은퇴준비는 30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사실 직장 등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인 30대에는 결혼과 같은 중요한 인생의 이벤트도 있지만, 먼 미래를 대비하는 연금이라는 인생보험에 들어야 한다. 즉,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기본적인 연금 외에 개인연금을 들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부동산을 포함해 본인의 자산 중에 최소한 30% 이상은 연금자산이 되어야 한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총자산의 50%이상이 금융자산이 되어야 미래가 안락해진다. 30년 이후의 미래는 이때 결정된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절대 저금리시대엔 투자형상품의 비중이 금융자산 중에 절반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산 증식이 가능하다. 버나드 쇼가 묘비에 남긴 글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퇴 준비는 은퇴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후회를 남기지 말자.

BNK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