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7년 후쿠시마-귀환은 진전 없고 위기감만 늘어’. 후쿠시마지역신문인 가호쿠신보의 2018년 3월 10일자 사설 제목이다. 사설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피해지역 안팎의 괴리가 너무 크다. 일본 부흥청이 지난 2월에 공표한 후타바, 나미에정 2개 지자체의 주민의향조사 결과 귀환 여부에 대해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응답이 후타바에서 26.1%, 나미에정에서는 31.6%가 되고, 두 지자체 모두 1년 전에 실시한 앞전 조사에 비해 3%포인트 더 늘었다. 한편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 1~3%포인트 줄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실히 나타났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피해 지자체 간부는 지역주민들이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눈앞의 현실은 엄중하다. 오쿠마, 후타바 두 지자체는 전 지역 피난지시가 해제된 구역에서는 주민이 돌아오고 있지 않다. 귀환곤란구역 이외 작년 봄에 해제된 나미에정의 귀환률은 대상인구의 3.3%, 도미오카정은 4.6%에 머물고 있다. 지역경제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행정의 노력만으로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의료환경이나 폐로작업중의 원전의 또다른 사고 등 다양한 불안 있다는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영향으로 통행이 정지된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의 국도 6호선 모습. 사고 후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입금지 상태로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현 우치보리 마사오 지사는 가호쿠신보(2018년 3월 10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년 봄에 피난지시의 해제지역이 확대돼 면적 제염은 이번 달로 끝난다. 후쿠시마현의 농산물 수출이나 외국인 관광객은 지진발생 전 수순을 넘었다. 이 7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 그러나 피난자는 지금도 5만 명에 가깝고, 피난지시가 해제돼도 모두가 곧바로 돌아오지는 못한다. 귀환곤란구역의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나빠진 지역이미지, 인구감소도 큰 과제다.”

한편 원전 집단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피해자가 국가와 도쿄전력에 손해배상 등을 추구하고 있는 후쿠시마지방재판소의 소송에서 새로운 후쿠시마현 내외 130세대 182명이 지난 9일 1명당 100만 엔(1000만 원가량)의 위자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지방재판소가 2017년 10월에 판결을 내린 같은 소송과 합치면 원고는 약 4300명이 된다. 소송에 따르면 원고측은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성물질로 평온하게 생활할 권리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후쿠시마시내에서 기자회견을 한 50대 원고는 “모친이 피난중에 사망해 도쿄전력에 위자료를 청구했지만 거부돼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국가 도쿄전력의 자세를 고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참사로 인한 피해지역의 오염은 언제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한겨레신문(2018년 3월 2일)에 따르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7년을 앞두고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에서 30㎞ 가량 떨어진 이다테무라의 경우 제염 이후에도 3가구 중 2가구의 방사선 수치가 정부 목표치의 3배에 달했고, 한 주택에선 수치가 2016년 이후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 주변 삼림에 있던 방사성물질이 바람 등을 타고 이동해 마을을 재오염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그린피스는 추정했다. 일본 원자력 정책을 비판해온 원자력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는 사고 직후부터 ‘제염은 오염을 옮기는 이염’일 뿐이라고 비판해 왔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정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하타무라 요타료 도쿄대 명예교수도 『안전신화의 붕괴-후쿠시마원전사고는 왜 일어났나(미세움, 2015)』에서 “한마디로 방사성물질은 제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의 동일본대지진 희생자 위령비. 연합뉴스

하타무라 교수는 “우선,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중화제를 더해서 화학물질의 독성을 제거하는 것처럼, 방사성물질에 대해 무언가 처리를 하면 방사능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염제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반감기가 30년으로 긴 세슘137으로, 세슘137은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비방사성인 바륨137로 변화한다. 세슘137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30년 지나면 절반으로, 60년 지나면 4분의 1, 90년 지나면 8분의 1로 되고, 100년이 지나면 약 10분의 1로 된다. 비산한 방사성물질에 대처하는 길은 방사능 감소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방사성물질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시행한 후, 시간이 경과해 방사능이 감소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타무라 교수는 “대응책은 단 하나뿐으로 각각의 장소에서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방사성물질을 보관하는 그 자리에서 처리하라는 것”이라며 “선조들이 화산재를 처리하듯이 각자 한자리에 재무덤을 만드는 것이다. 학교 교정에는 땅속 깊이 위아래 뒤집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현재 일본 정부가 하는 오염제거방식, 즉 오염물질 모두를 한곳에 모아서 보관하려고 하는 것은 각각의 이해 대립으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NPO법인 후쿠시마지원·사람과 문화네트워크의 군지 마유미 사무국장은 2015년 부산지역 시민단체 초청 강연에서 후쿠시마일대에는 오염제거 대형 비닐가마니에 해당하는 프레콘백을 쌓아놓은 운동장 규모의 오염방사성물질 쓰레기장 모두 1만곳이 넘는데 이에 대한 처리 대책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후쿠시마 일대에 방사능에 오염된 도로변 흙이나 건축물 등을 모아놓은 운동장 규모의 쓰레기장. 후쿠시마 내에는 이런 쓰레기장이 1만 곳이 넘는다고 한다. 출처: 군지 마유미 NPO법인 후쿠시마지원·사람과 문화네트워크 사무국장

하타무라 교수는 후쿠시마현 전체가 거의 완전한 부활을 하기에는 약 100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슘137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100년이 흐르면 거의 10분의 1까지 감소한다. 사고에서 유래한 방사선량이 1mSv/y 이상인 지역도 크게 축소되어, 현재 거주 불능이라고 생각되는 지역의 대부분이 일부를 제외하고 거주 가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쿠시마현의 전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산림의 오염제거는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택·학교·사업장 등을 안심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둘러싼 산림을 광범위하게 오염제거를 해야만 한다. 현재와 같이 주택·학교·사업장 등의 주위의 극히 좁은 범위만을 대상으로 오염제거하는 방법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타무라 교수는 “방사성물질에 대한 올바른 대처법을 모두가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오염제거든 귀환이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내,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없다면 오염제거가 진척되지 않고, 귀환이나 지역부활이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결국 원전의 편리함에만 익숙해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피해지역 주민의 고통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후쿠시마원전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세우며 방사능오염이 통제되고 있다는 일본 아베 총리의 발언은 거짓임이 드러난 지 오래다. 아직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탈원전에너지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이웃 일본 후쿠시마에서 다시 보아야 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