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강동수의 세설사설] 축제가 끝난 후 날아온 ‘미국발 청구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4 19:08:03
  •  |  본지 28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GM코리아가 군산공장 문 닫을 것이니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고 억지. 게다가 태평양 너머선 ‘미국발 무역전쟁 태풍’이 당장이라도 아시아 덮칠 듯 덩치 키워. 협상 중인 한미 FTA도 전도가 썩 밝아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협상력이다. FTA 협상 등 ‘무역전쟁’에서 출혈은 불가피. 정치적 손실 감수하더라도 ‘사자와 같은 용기, 여우와 같은 교활’ 있어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어부 신세 안 당한다.


   
평창겨울올림픽이 끝난 후 한국사회는 급속히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선수들의 승전보에 환호하던 국민들도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로 눈을 되돌리고 있는 것. 우리네 삶이 늘 축제 같을 수야 없고 보면 ‘일상에의 회귀’는 당연하다. 축제가 끝났으니 대통령과 정부도 이젠 냉엄한 현실과 마주치게 됐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마법이 풀리는 시간, 화려한 야회복과 황금마차가 누더기와 호박으로 바뀌고 신데렐라가 ‘재투성이 아가씨’로 되돌아가는 시간이 지금이랄까. 문재인 대통령은 명절이 끝나 일가친척이 되돌아간 후 설거지 그릇이 산더미를 이룬 부엌에 들어선 맏며느리의 심정일지도 모른다.

글쎄, 설거짓거리가 어디 한두 개여야 말이지. ‘남북-북미’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지면 ‘국정 농단’의 뒤처리가 대강 마무리되겠지만 그게 끝도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으로 또 시끄러울 판이다. 전직 대통령이 둘씩이나 감방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겠다는 개헌,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편은 진도가 얼마나 나갔을까.

더 급한 건 경제다. 오늘은 우선 ‘미국발 경제 전쟁’부터 따지기로 하자. GM코리아란 자동차회사가 군산공장의 문을 닫을 것이니 한국 정부더러 해결하라고 억지 부리고 있는 건 다들 아는 일. 게다가 태평양 너머에선 ‘미국발 무역전쟁 태풍’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협상 중인 한미 FTA도 전도가 썩 밝아 보이진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니 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내고, 경기 부양과 분배·복지라는 양날의 검을 다스리기에도 버거운 판에 ‘무역 방어전’까지 치러야 하니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GM코리아의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4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해에만 9000억 원이 넘어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는 거다. 자기네의 부실 경영 탓인데도 ‘배 째라’ 하고 한국 정부에 뒷설거지를 요구하는 GM 본사의 몰염치가 괘씸하다. 그들은 적자 이유로 노조의 지나친 임금 투쟁 따위를 내세우지만 뜯어보면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미국식 경영방식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부경대 SSK산업생태계 연구단의 협조를 얻어 내놓은 자료를 보면 그 같은 사정이 확연히 드러난다. GM코리아는 2006년 영업이익률 3.49, 부채비율 166.88이었다가 2014년엔 영업이익률이 -1.15로 순적자 상태, 부채비율이 435.48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거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원가도 80% 수준에서 92%로 뛰어올랐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75~80%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 2014년 현대자동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14.43%인데 GM코리아는 12.21%이었다니 고임금이 적자 원인이란 소리도 빈말에 가깝다. GM 본사는 해외 자회사에서 부품을 비싼 가격에 들여오게 해 원가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 먹은 거다. GM코리아에 넣은 차입금에도 연리 5.3%의 고리대를 붙였다. 미국 본사가 한국GM에 바가지 씌워 알맹이를 쏙쏙 빼먹었다는 뜻이다. 이래놓곤 공장 폐쇄를 무기 삼아 한국 정부에 1조 원 이상의 재정지원과 세제 혜택을 요구하니 이게 ‘모럴 해저드’가 아니고 무얼까.

딱한 건 정부다. 갈 테면 가라고 팽개쳐 두자니 군산지역의 일자리가 쑥대밭이 될 판이다. 협력사의 줄도산도 걱정이다. 자칫 GM이 부평과 창원공장까지 문을 닫겠다고 나설 수도 있지 않나. 회사가 망한다는 소리에 직원들이 무더기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도 한다. 폐쇄 시한을 지방선거 코앞인 5월로 못박아놓고 협박 비슷한 요구를 늘어놓는 걸 보면 정부의 약점(?)을 정확히 꿰고 있는 셈이다. 정부 지원의 전제가 되는 경영 실사 자료조차 못 내놓겠다고 버틴다니 혀를 찰 일이 아닌가. 이 친구들도 한국에 와서 못된 것부터 배운 걸까.

그건 그렇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한미FTA’가 무역 적자의 주범이라며 개정을 요구했던 터다. 미국 국내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은 제쳐두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니 정부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 테이블에 끌려갈 수밖에. 북한에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고 을러대는 트럼프가 정작 한국에 제재와 압박을 하는 꼴이 아닌가. 그랬으면 됐지, 이번엔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은 쏙 빼고 한국을 중국, 브라질 등 ‘고관세율 검토국가’ 리스트에 집어넣었으니 우리로선 동맹국 대접을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긴 하다.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세이프 가드’ 조치도 내렸다. 금속 제품에 최대 53%의 관세폭탄을 터뜨리겠다고 겁을 주다가 그나마 철강 10%, 알루미늄 25%를 때렸으니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지금 중국, 캐나다, EU 등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인텔 반도체 등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펄펄 뛴다. 철강은 우리도 피해가 막대한데도 아직 정부의 대책은 없다. 자동차, 가전제품 품목에도 관세폭탄의 도화선에 불이 붙을 전망이니 우리로선 좌불안석 아닌가.

트럼프가 이러는 까닭이야 자명하다. 외국상품 수입을 막아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건데,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자신의 재선을 위한 포석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득보다는 실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벌여도 좋다”고 호언하고 있다.

FTA면 FTA이고, 관세폭탄이면 관세폭탄이지 한국에만 두 개의 카드를 한꺼번에 내미는 건 또 뭘까. 자국법을 동원해 멋대로 관세폭탄을 던질 요량이면 FTA 협상은 왜 하자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 ‘주유소 습격 사건’인가 하는 영화에 나오는 “나는 한 놈만 골라서 팬다”는 대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GM코리아 사태나, 관세폭탄, FTA협상은 별개가 아니라 한 끈에 묶인 ‘굴비 두름’이다. 적자 해결 안 해주면 공장 폐쇄해 버리겠다는 건 GM이 트럼프의 뒷배를 믿고 한국 정부에 던지는 공갈인 거다. 관세 폭탄 터뜨리겠다는 협박도 FTA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트럼프식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아닌가 싶다. 트럼프가 언뜻 거칠고 무지막지해 보이지만 노회한 장사꾼 아닌가.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협상력이다. 북한과의 핵협상 테이블에 미국을 앉히려고 온갖 비위를 맞추는 판에 무역전쟁까지 치러야 할 판이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정부가 결국엔 돈주머니를 끌러 GM코리아의 부채를 떠안을 것 같긴 하다. 트럼프가 관세폭탄의 안전핀을 뽑아버리겠다고 을러대니 FTA 협상에서도 출혈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어부도 아닌 바에야 힘들여 잡은 청새치 살점을 상어에게 다 뜯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무조건 비타협적으로 나가란 건 아니지만 우리 정부도 미국에 배짱을 보일 때는 보여야 한다. 정권 차원의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GM코리아더러 돌아가라고 큰소리칠 수도 있어야 한다. 꼭 살려야겠다면 지원액은 최소로 줄이고 회생 방안을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 줄 건 주더라도 받아낼 건 받아내야 할 일. 관세폭탄을 터뜨리면 우리도 보복관세 카드를 내밀 배짱쯤은 있어야 이 험난한 ‘무역전쟁’의 파고를 이겨낼 수 있지 않겠나. 요컨대, ‘무역 전쟁’에도 ‘사자와 같은 용기, 여우와 같은 교활’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집권 1년 차의 대통령이 인턴이라면, 2년 차는 전문의다. 1년 동안 실습을 거쳤으면 이젠 본격적으로 메스를 쥘 때다. 역대 정권은 대개 2년 차에 중요한 국정 어젠다를 내놓아 3, 4년 차에 본격 추진하고 5년 차에 마무리 짓는 과정을 밟아왔다. 그러니 문재인 정권의 진짜 실력은 이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국민도 마냥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안보 외교, 정치, 개혁 등 산적한 현안 모두 중요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무역 전쟁의 파고부터 무사히 넘을 일이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내각이 정신 바짝 차릴 때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대야 관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야당들도 시대에 뒤떨어진 ‘종북몰이’ 그만하고 국익 지키기에 힘 좀 보태면 안 되겠는가. 국민이 지금 채점표를 들고 지켜보고 있다.

소설가·경성대 교수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시간강사 거리로 내모는 ‘시간강사법’
우리는 몇 가닥 통신선 위의 ‘줄타기 광대’인가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사라진 가야문명의 귀환을 고대하며
기고 [전체보기]
물류허브항,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하자 /박희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가는 길 /이용일
기자수첩 [전체보기]
들러리로 희생된 선수들 /박장군
불 붙은 크라우드 펀딩 /민건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명연설이 듣고 싶다
청산리 벽계수야, 저 바다에 가보자꾸나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학생 학교 선생
‘나는 할 말이 없데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향하여 /정옥재
‘사법 농단’ 법관을 탄핵하라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우주여행
찬밥 신세 ‘공자 학원’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가을과 두 분의 시인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사설 [전체보기]
국민연금 정부 개편안 발표…또 폭탄 돌리나
점수 차 큰 2개 대입 배치표로 혼란 불러서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수술대 오른 사회서비스(보육·교육·의료·요양) 공공성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심상찮은 청와대의 조짐
길 잃은 보수 대통합
부강한 진주 행복한 시민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