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인류가 누리는 유·무형의 자산이다. 그 중심에는 예술이 있다. 예술은 크게 문학예술· 공간예술·시각예술로 구분되며 이 모든 예술의 중심에는 문학이 있다.

문학은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의 집결체이자 과거· 현재·미래의 이야기를 문자로 남기는 유일무이한 인간의 표현이다. 그만큼 문학은 인류 역사와 사회공동체의 구성과 직결되어 있다.

요즘 들어 책 읽는 사회를 만들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우리 부산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문학도시’ 책자에도 책 권하는 사회라는 난이 있다. 지면을 통해 밝히는 필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한결같다. 좋은 책을 접하다 보면 자신의 정서 함양은 물론이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어 사회에 기여할 힘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문학을 구성하는 데는 작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글쓰기가 직업인 전업 작가와 다른 직업을 가지고 틈틈이 글을 쓰는 작가, 취미로 문학을 하는 사람 등 그 형태는 다 다르지만 그 책임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문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막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학이 세간에는 엉뚱하게 폄하되기도 한다.

그 원인은 문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를 모두 지키지 못해 생기는 도덕적 해이와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글을 투철한 작가의식 없이 남발하는 문단 일부의 관행이 온존하는 현재의 문학 구도에 있다고 본다. 수준 미달의 작가를 양산하는 상업적 목적의 등단 제도, 문학단체의 난립, 단체 유지 관리를 위한 문학 관련 상의 남발 등이다.

이런 무분별한 문학의 형태는 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준다. 문학을 통하여 그 시대의 정신과 철학과 사상의 줄기찬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형태는 버려야 한다. 이 말은 곧 모든 예술의 중심인 문학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나 또한 이런 맥락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문학단체인 부산문인협회를 어떻게 정립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열쇠를 이렇게 찾았다.

우선 유명·무명 국내 작가들을 흑백 구분 없이 각종 문학행사에 적극적으로 초청하여 문단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물론 부산문협 회원들의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시행하고 문학적 성취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더불어, 2016년 3월 취임 뒤부터 부산문협 입회 기준과 부산문협을 통한 등단 제도를 까다롭게 적용하고자 했다. 신입 회원과 ‘문학도시’ 신인상 수상자들을 엄격히 검증하는 일은 문단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등단 30년, 입회 20년, 만 80세 이상의 원로 회원에게는 회비 면제 등 여러 혜택을 드리고자 했고, 아울러 지난해 제1회 원로문학상을 제정하여 원로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일 계기를 찾고자 했다.

해마다 분기별로 실시하는 ‘찾아가는 시민문예 강좌’를 통해 부산에서 활동하다 작고한 작가가 부산 문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시대 상황과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문학관을 규명하는 노력도 소중하고 보람이 컸다. 무료 강좌로 열리는 이 정기 강좌에는 많은 문인과 시민, 학생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룬다.

그리고 해양의 관문인 부산은 해양강국으로서 역할도 필요한 만큼 해양의 중요성을 문학적으로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뜻을 일찍부터 실천한 부산문인협회는 부산시의 지원으로 20여 년 전 전국 최초로 ‘한국해양문학제’를 시작해 해마다 열고 있으며, ‘한국해양문학상’을 제정해 올해로 22회째를 맞게 되었다.

부산문인협회가 1년에 한 번 여는 ‘부산국제문학제’ 때는 세계 각국의 학술인과 문학가들이 각 나라의 문학적 특성을 공유하는 국제적 문학교류행사가 되도록 애쓰고 있다. 이처럼 많은 문학행사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꼭 해야만 했고, 잘 치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문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똑바로 직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협회장이 아닌 한 사람의 문학인으로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문학이 문화와 예술의 중심이 되려면, 먼저 문학을 추구하는 우리 문인들의 양식이 바로 서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이 더욱 확산될 때 비로소 문학은 그 중심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