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이다. 막강한 지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혐의 등을 받아온 그에게 실형이 내려졌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각종 의혹에 휩싸였음에도 법망을 계속 빠져나가며 ‘법꾸라지‘ 소리를 듣던 그이지만 법원의 단죄 앞에서는 꼼짝 할 수 없는 신세였다.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가 지난해 4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래 311일 만이다.

1심 재판부의 이 같은 결정은 우 전 수석이 국정 농단 사태 은폐에 가담했고, 그런 행위가 국가 혼란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비위를 알고도 감찰직무를 유기했다는 얘기다. 그에게 부여된 책무를 망각한 채 대통령 측근의 국정 농단에 눈을 감고 방조했으니 그 죄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6년 7월 그의 비위를 감찰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은 죄질이 더 나쁘다고 하겠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그가 민정수석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가 그렇게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민심을 살피고 검찰·경찰·국정원 등 5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임무가 막중하다는 점에서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그의 항변도 결국 자신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다. 우 전 수석이 일말의 책임감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질책이 나올 만하다.

검찰의 징역 8년 구형에 비해 형량이 낮아진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7명을 좌천성 인사 조처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등의 몇 가지 혐의가 무죄 판정을 받은 영향이다. 그렇다고 그의 죄가 가벼워지지는 않을 터이다. 우 전 수석은 공직자·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용 등과 관련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상태다. 그에 대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