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는 국가대표 구성에 고민이 많았다.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특출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까지 태극전사들이 수확한 메달 총 53개(금 26·은 17·동 10개)는 모두 빙상(스피드·쇼트트랙·피겨) 종목에서 나왔다. 한국이 ‘안방 올림픽’에서 종합 4위 목표를 달성하려면 설상이나 썰매 종목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 중 하나가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그들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아주는 ‘특별 귀화’였다.

평창올림픽에는 아이스 하키(11명) 바이애슬론(4명) 스키(2명) 피겨(1명) 루지(1명) 종목에서 총 19명의 귀화 선수가 출전 중이다. 한국 선수단 150여 명 중 10%가 넘는 규모다. 4년 전 소치올림픽 때 귀화 선수는 여자 쇼트트랙의 공상정이 유일했다.

귀화 선수 선발 지표는 실력과 성적이 우선이었다. ‘돈으로 성적을 사려 한다’거나 ‘애국심 부족’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던 이유다. 귀화 정책은 출전 자체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과 반대되는 ‘성적 지상주의’의 표상이기도 하다.

귀화 정책 자체에도 문제는 있다. 특별 귀화를 통해 이중 국적을 취득한 선수가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푸른 눈의 외국인 전사가 많아질수록 국내 선수층이 얇아지는 부작용도 생긴다. 실력이 뛰어난 귀화 선수에게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대회 출전권이 돌아가면 한국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귀화 선수들이 겨울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귀화 선수가 동계스포츠 강국 출신이다. 선진 훈련 시스템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이식’한다면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실력 발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귀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검증됐다. 그들의 능력은 국내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또 지도자 역할도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은 한국 선수의 기량 향상도 가져올 것이다.

한편에선 평창올림픽이 끝나도 귀화 선수와 동계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계속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영입한 선수들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계획도 뚜렷하지 않다. 그들의 재능을 높이 사 한국인으로 인정했다면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적극 전수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이애슬론 귀화선수 티모페이 랍신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고 싶다. 한국 바이애슬론의 발전을 위해 계속 돕겠다”는 뜻을 줄곧 나타냈다. 평창에 집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캐나다 출신인 남자 아이스하키 골리(골키퍼) 맷 달튼은 자신의 헬멧에 이순신 장군 동상 그림을 새겼다. 다른 귀화선수들도 이중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 남을 뜻을 보였다고 한다.

특별 귀화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귀화 정책을 잘 이용해 동계 스포츠 저변 확대와 선수층 다양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푸른 눈의 태극전사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부산외국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