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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세뱃돈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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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30년대 일제강점기 설날을 전후해 신문에는 자못 ‘비장한(?)’ 논조의 기사들이 간혹 실리곤 했다. ‘어린아이에게 세뱃돈을 주지 마라’는 계몽적 기사나 칼럼이었다. 목 빠지게 설날을 기다리던 아이들에겐 날벼락 같은 내용이었으니 원망이 하늘을 찌를 법했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요즘이야 일가친척 정도에 그치지만 당시만 해도 이웃 어른들에게까지 세배를 다니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 보니 내친 김에 뿌리뽑자는 심산으로 조금만 연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수금하듯 ‘원정’이나 ‘개척’ 세배에 나섰던 것. 이처럼 부작용이 속출하자 졸지에 미풍양속이 아이들을 망치는 ‘나쁜 풍속’으로 지탄받는 신세가 돼버렸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세뱃돈 문화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초점을 다소 달리할 뿐, 세뱃돈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설 최대의 화두다. 설을 앞두고 단골 기사로 나오는 명절 스트레스의 상위에는 늘 세뱃돈이 자리잡고 있다. 적정 액수가 얼마인지에 대한 기사도 빠지지 않는다. 물가도 오르고 아이들은 커가는데 줄이기는 언감생심, 눈치 없이 전년과 같이 주기만 해도 뒷덜미가 따갑기 십상이니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설날이 아닌데도 세뱃돈이 느닷없이 세간의 화제에 오른 적도 있긴 하다. 장관 후보 등의 청문회 과정에서다. 지난해 8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딸이 2억50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한 게 도마에 올랐다. 당시 김 후보자는 딸이 친척으로부터 받은 세뱃돈 등을 저축한 돈이라며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2013년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도 비슷한 경우. 1억 원가량의 두 자녀 예금에 의혹이 제기되자 어릴 때부터 용돈, 세뱃돈 등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집안이 대가족이고 오랫동안 모았다면 가능하기도 하겠으나 해마다 골머리를 싸매는 서민 입장에서야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내일이면 또 한 차례의 ‘전쟁(錢爭)’은 피할 수 없는 일.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1만 원권과 5만 원권을 놓고 아직도 고민하는 어른도 적지 않겠다. 그나마 옛날처럼 떼로 몰려다니며 ‘원정’이나 ‘개척’ 세배에 나선 조무래기들이 없는 것에 위안이라도 삼아야 할밖에 달리 도리가 없지 싶다.

장재건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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