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만3000명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소도시, 강원도 평창은 지난 9일 밤 세계의 중심이었다. 이곳에서 시작된 최대의 겨울 스포츠축제에서 인류 공동의 가치인 ‘평화’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가 타전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지구촌 60억 이웃의 가슴에 ‘평화의 불꽃’을 지핀 감동과 열정의 무대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 겨레가 있었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민족이 다시 하나되는 것이야말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는 통일 염원을 분명하게 담아냈다.

식전행사인 남북한 태권도시범단의 합동 공연은 평화를 향한 강렬한 몸짓이었다. 이어진 본 행사 전반을 주도한 아이들 5명은 ‘평화의 전령’이었다. 전통·현대·IT가 어우러진 개회식 내내 평화를 좇아 여행을 하는 이들은 어른들에게 이념 종교 인종 차이에 따른 싸움과 갈등 대신 소통과 화합을 호소했다.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주제처럼, 이날 개회식은 한민족이 보여준 소통의 힘을 통해 세계인과 함께 행동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를 담아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남북한 동시입장이었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맨 마지막 91번째 순서로 남북선수단이 입장하자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로 이들을 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도 마찬가지였다. 성화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남북 측 주장 박종화와 정수현이 함께 성화대 계단을 오른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감동적 순간이었다.

불과 40일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평화 올림픽’의 성공적 개막에 외신 반응도 뜨겁다. 미국 AP통신은 “남북한이 올림픽 개회식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입장 순간 문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뒷줄의 김 제1부부장과 악수를 나눈 순간에 주목한 것이다.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언론들도 환영과 갈채 일색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 도인 강원도에서 우리 민족의 힘으로 피워낸 ‘평화의 불꽃’이 지구촌 평화의 항구적 ‘횃불’로 더 크게 타오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