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인 해리슨 포드가 주연으로 나온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은 1997년 만들어진 영화다. 미국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테러리스트에게 공중납치를 당하자 비상탈출하라는 주위의 권고를 묵살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가 늘 그렇듯 전편에 흐르는 지나친 미국식 영웅주의가 다소 거슬린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시간 때우기로는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어포스 원은 미국의 항공 교통관제 호출부호다. 미국 대통령이 탑승하는 전용기를 일컫는다.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가 타는 비행기인지라 기능도 어마어마하다. 공중 재급유가 가능한 까닭에 1주일 이상 비행이 가능하고 비상시에 대비해 응급수술실도 갖춰져 있다. 기체는 외부의 핵미사일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는 ‘코드 원’으로 불린다. 미국과 달리 정부가 민간항공사로부터 비행기를 장기 임차해 사용한다. 지난해 6월 미국 방문 때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항공의 보잉 747-400을 이용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도 전세기로 활용됐다. 당연히 일반 여객기와는 내부가 완전히 다르게 개조되며 미사일 방어 장비 등이 장착되어 있다.

지난 9일 인천공항에는 ‘참매 1호’라는 이름이 붙은 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전용기로 1960년대 초 옛 소련이 개발한 IL-62 계열이다. 참매 1호는 평창올림픽 참관을 위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을 실어 왔다. 세계 언론들은 이 비행기가 워낙 낡은 것이어서 북한의 수준을 짐작게 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한때 유럽연합에서는 사고 위험이 높다며 IL-62 기종이 다수인 북한 고려항공을 운항 금지 항공사로 지정한 일도 있다.

그러나 기체의 노후 정도와는 별개로 참매 1호의 국내 방문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면에서 볼 때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북한이 참매 1호의 편명을 ‘PRK-615’로 붙인 것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15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위원장 간에 이뤄졌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 길이 멀겠지만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계속 교류를 이어간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