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 등 의혹을 남겼던 12건의 사건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1차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과거사위는 한 달간의 검토를 거쳐 여기서 본조사 대상을 가려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 12건 모두 사법 정의를 거스르는 중대한 파행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던 터라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형제복지원 사건에 쏠리는 관심은 아주 각별하다. 피해 규모와 잔학상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남다르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선량한 시민 3만7000여 명을 강제로 가둬놓고 폭행 강제노역 성폭행 살인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 인권 유린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500여 명이 숨지고, 일부 시신은 유족 동의도 없이 300만~500만 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가기도 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등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법률이 아닌 정부 훈령만으로 부산시와 경찰을 동원해 인권을 짓밟았던 반헌법적 국가 범죄였다.

하지만 범죄를 자행한 박인근(2016년 사망) 당시 복지원장은 살인 불법감금 폭행 등에 대해선 재판조차 받지 않았다. 국고 지원금 횡령죄만으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며, 출소 후에도 복지원을 다시 인수해 운영하며 1000억 원대의 재산가로 살았다. 그 배경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비호가 있었다. 범죄의 일부가 드러난 1987년 수사를 맡았던 부산지검 소속 검사가 지검장으로부터 사건 축소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사위가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검찰 적폐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물론 나머지 11건의 사건 또한 검찰의 파행수사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마땅하다.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다면서 그 대상을 취사선택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 과거사 조사라면 ‘시늉만 조사’라는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