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승산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정보를 어떻게 다루는가’이다. 정보전의 중요성을 요약한 최고의 한마디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이다.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謨功) 편에 나오는 말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 여덟 글자를 쓰면서 손무(孫武)는 어째서 ‘지피’라는 두 자를 머리에 썼을까. 정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상대를 아는 것이야말로 손자병법 최상책으로 꼽히는 ‘싸우지 않고 승리하기’를 위한 비책이다. 손무는 제13편 ‘용간(用間) 편’에서 정보전의 실무자 즉 첩자 또는 스파이(Spy) 운용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에겐 뼈아프지만,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침략에 앞서 정보를 캐기 위해 대규모 첩자단을 운용했다.

현대 정보전은 단순히 전쟁의 우위를 점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전은 이제 ‘전쟁 그 자체’로 일컬어진다. 미래 전쟁에서는 첩보위성과 컴퓨터를 활용한 해킹과 도청, 시스템 파괴를 통해 핵미사일이나 전투기를 동원하지 않고도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 정보가 가장 무서운 무기다.

우리 군에도 정보전을 맡은 부대가 있다. 국군기무사령부. 줄여서 ‘기무사’다. 그 전신은 보안사령부다. 적군의 전력과 동향, 군 내부 상황에 대한 다양한 첩보활동 권한을 갖는다. 그런데 기무사의 역사는 뼈아프다. ‘12·12 쿠데타’의 주축이 바로 1979년 당시 전두환 사령관을 비롯한 보안사 군인들 아니었던가. 그들은 적을 막는 데 써야 할 권한을 정권 장악과 민주주의 말살에 사용했다.

1990년 민간인 사찰 폭로를 계기로 명칭을 기무사로 바꿨지만, 오명은 계속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댓글 부대 운용이 극명한 사례다. 그제 사령관을 포함한 수백 명의 부대원이 국립서울현충원 등에서 냉수에 손을 씻었다.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세심(洗心) 의식’이라고 한다. 노력과 의지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영하 15도의 날씨에 가진 이런 행사야말로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진정한 환골탈태 의지를 담보할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도 사랑을 원 없이 나눠줄 자랑스러운 막강 정보부대 하나쯤은 가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