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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3만 달러 시대의 도래, 우린 현명해져야 한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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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25 19:12:1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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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2만9000달러(이하 1인당 GDP ‘생략’)를 넘었다. 아마 올해는 3만 달러를 넘어서지 않을까 싶다. 다른 나라들의 수치가 궁금했다. 룩셈부르크는 무려 10만 달러가 넘고,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7만 달러가 넘는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5만1000달러, 홍콩이 4만4000달러, 일본이 3만8000달러. 환율 영향이 있고 또한 이 수치가 국가 경제의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수치의 변화는 해당 국가의 현실과 미래를 대략 가늠케 한다.
특징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국가가 있다. 4만1000달러의 독일이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될 당시 2만1000달러, 통일 10년 후인 2000년 2만3000달러, 또다시 10년 후인 2010년에 4만 달러를 돌파했다. 수치를 보니 통일 후 10년 동안 독일 경제는 발전을 거의 멈춘 채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20년 후엔 배로 상승했다. 독일과 우리의 처지가 일치하진 않지만 3만 달러 시대를 맞으며 통일에 대한 염원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일정의 시간을 인내한다면 4만 아니 5만 달러의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다.

더욱 특별해 보이는 또 다른 국가들이 있다. 스위스(7만8000달러)와 네덜란드(4만5000달러)를 비롯한 ‘CO-creation’을 추구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CO-creation이란 집약과 융합에 기반을 둔 저성장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CO-creation은 ‘함께’ 즉 지식 기술 재화의 집약을 통해 창의적인 융합을 끌어낸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집약’ 다시 말해 시민주도의 융합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점이다. CO-creation은 21세기 저성장시대에 3만 달러 이상의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아니 거의 유일의 길이 아닐까 싶다.

걱정이 많다. 우린 몇 년 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시대는 저성장으로 치닫는데 우리는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이 오르고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간결해지고 명확해지면 좋겠다. 상식이 우릴 지배하고 자유로운 상상이 무한히 보장되면 좋겠다. 이젠 2만 달러 시대의 지난 것들을 제대로 떨쳐내야 한다. 2만 시대에 우릴 짓누르고 얽어매었던 근본의 것들을 혁신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4만과 5만 달러 시대를 논하고 지향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으로 시선을 옮겨본다. 저성장시대에 CO-creation을 추구하며 지속해서 성장하는 도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만 달러 수준의 도시에서 탈피하려면 무엇을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할까? 이런 고민에 빠질 때는 먼저 스스로를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 지혜다. 집약과 융합의 재료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부산의 최고 자산으로 좋은 날씨와 넓은 바다, 백 년의 근대역사, 그리고 정과 의가 강한 기질의 부산사람 등을 꼽는다. 모두 부산을 드러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CO-creation의 재료이다. 흥미롭게도 이 모든 것이 부산의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좋은 날씨와 바다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도시가 되었고, 근대역사 속에서 탄생한 항구와 더불어 살았던 사람들 때문에 세계 5위권의 물류도시가 되었다. 또 이 모든 재료는 부산을 휴양도시와 영화도시로 나아가게 했다. 사실, 이 재료들 외에 서울을 이기거나, 오사카와 상하이와 비견될 수 있는 것은 부산에 없다.
하고픈 얘기는 수산업, 물류산업, 관광휴양업, 영화산업에서 부산의 CO-creation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어획량, 수출입 물동량, 여름철 관광객 수, 영화제 참가자 수 등 단순 지표로만 평가할 순 없다. 부산의 산업 속에서 가공, 중계, 조립, 친환경, 문화복합, ICT 등을 키워드로 하는 부산 CO-creation의 창출 수준, 즉 ‘산업 혁신 수용력’이 평가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결국 이 얘기는 ‘새로운 부산사람들에 대한 열망’으로 귀착된다. 그들은 타지사람일 수도 외국인일 수도 있다. 원래 부산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하나 있다. 4만 달러 전후의 국가나 도시들 대부분은 공공영역보다 민간영역이 더 활발하다는 사실이다. 민간영역의 그런 활력은 어디서 나올까? 사람이나 기업일까? 그게 다일까? 3만 달러 이상 시대에는 강한 소수가 아닌 다수의 집약과 융합이 강조된다. 다수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그들이 맘껏 도시를 누비도록 도울 때 민간영역의 활성화가 이루어진다. 그런 도시에서는 뜻이 올바르고 미래에 대한 열의만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의 기회가 생기며, 그 도시의 정체성과 색깔을 드러내는 자유로운 상상이 맘껏 펼쳐질 것이다.

불현듯 ‘가나자와(金澤)’가 떠오른다. 1960년대부터 ‘리틀 교토’를 표방했던 전통역사도시였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 가나자와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내발(內發)형 창조도시’의 표본이 되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수많은 혁신의 정책! 그중 최고는 ‘역사문화경관과 전통산업의 융합’이다. 도대체 뭘 했기에 오래된 동네마다 강소(强小)기업들이 널려 있고, 2차와 3차산업 그리고 전통과 첨단산업이 이토록 어울리며 공존할 수 있는가? 무려 26개소에 이르는 전통산업(업종)과 1000개소가 넘는 전통가게가 어떻게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는가? 이것은 단연코 ‘가나자와의 인문적 도시 문맥(文脈)과 창조적 상상력으로 대변되는 가나자와 정신의 CO-creation’ 때문이다. 일본이 아무리 초고령 사회라 해도 가나자와의 인구는 줄지 않는다. 가나자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꿈을 키우며 새로운 삶을 누리려는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줄을 잇는다.

가나자와와 부산.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시 재료는 무척 닮아 있다. 3만 달러 시대! 그렇다. 부산은 ‘CO-creation’을 앞세우고 지방도시가 아닌 ‘현명한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분명 그래야 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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