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무역항이자 어항인 부산항을 낀 부산시가 정작 해양·수산 분야 허가권 등 권한 측면에서는 중앙정부의 보조 역할에 그치고 있어 유감이다. 유람선 한 척 띄울 권한조차 없다. 각종 법적 권한이 해양수산부에 있어 시 주도로 해양관광, 항만개발 정책을 펼칠 수 없는 것이다. 바다와 관련해서 부산시는 ‘속 빈 강정’이다. ‘대한민국 해양수도’를 지향하며 바다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부산시의 위상이 이래서는 될 일이 아니다. ‘해양 수산 지방 분권’이 시급한 이유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최근 조사해 발표한 해양산업 분야별 중앙권한 지방화 실적을 보면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권한 이양 건수는 124건에 이른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허망하다. 해운항만물류 분야는 공유수면 매립허가(32건), 공유수면관리사무(62건) 등이 주를 이룬다. 항만 관리·개발과 같은 핵심기능 실적은 전무하다. 수산 분야도 어항 시설 사용허가(10건), 수산물가공업 등록사무(3건) 등이며 해양관광 분야는 수상레저 안전 업무뿐이다.

주요 면허권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부산시가 유람선 관광, 마리나 개발 등 해양관광 정책을 세우고 있지만 현행 법으로는 ‘언감생심’이다. 해양경찰청과 부산지방해수청의 사전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시가 자체적으로 유람선을 띄우려면 해사안전법 등 5개 이상 법에서 허가권자를 해수부 장관에서 부산시장으로 바꿔야 한다. 그뿐인가. 수산업 유통의 핵심 고리인 부산공동어시장의 관리 감독 권한마저 해수부 장관이 갖고 있다.

중앙과 지방 사이의 이 같은 해양 수산 분야 불균형은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 부산시가 우선 올해부터 수산·해양환경·항만·해양관광 분야 권한 14건의 지방 이양을 해수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부산항만공사 지방공사화를 비롯해 해양 수산 분권을 위한 부산시의 숙원이 망라돼 있다. 부산 출신이자 실질적 지방분권 옹호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과거 정부가 미뤘다고 이번 정부마저 외면해선 안 될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