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이 같은 생전 염원이 사후에서나마 실현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독일 베를린에 묻혀 있는 그의 유해를 고인의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옮겨오는 길이 마침내 열려서다. 가급적 오는 3월 30일 통영음악제 개막 전까지 그의 묘지 이장을 완료할 계획이고, 때마침 이번 통영음악제의 주제도 ‘귀향’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하겠다.

묘지 이장을 위한 행정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윤 선생의 부인인 이수자 여사의 친필 서한에 대해 베를린 시장이 ‘그의 묘지가 있는 슈판다우 구청에 공식 이장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니 말이다. 묘지 이장 관련 서류를 추가로 보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도 전해왔다고 한다. 베를린시가 윤 선생의 묘지 이장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만큼, 이장 작업이 계획 대로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윤 선생의 유해 귀환은 우선, 이념 논쟁에 휘말려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숨진 그의 한을 풀어준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그는 1960년대 독일 유학생 시절 북한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직접 보겠다며 방북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기소됐고, 그 때문에 국내에서 줄곧 이념 논란에 시달렸다.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이자 ‘20세기를 이끈 음악인 20명 중 유일한 동양인’으로 이름을 날렸음에도, 정작 고국에서는 정치적 이념의 질곡에 고통을 받아온 것이다.

지난해 통영에서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 이름 되찾기’ 운동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일어났다. 그 덕분에 ‘윤이상 기념공원’과 ‘윤이상 기념관’ 등이 종전의 지명 대신 제 이름과 함께 정체성을 되찾았다. 여기에다 그의 유해까지 고향 땅에 돌아오게 됐으니,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문화예술이 정치이념의 굴레에 갇히는 일이 더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묘지 이장이 그의 음악적 유산을 기리고 음악정신을 재조명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