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찾아오는 황금개띠의 해라고 한다. 새해를 맞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더 나은 삶, 더 나아가 국가와 사회의 안녕에 대한 소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이러한 소망은 작년 한 해 우리가 겪었던 격랑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국정 농단사태에 이어 대통령 탄핵이 불러온 조기 대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새 정부를 출범시켰고, 안팎에서 닥쳐온 시련들을 새 정부와 함께 슬기롭게 이겨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주권의 발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새 정부도 자세를 낮추고 적폐청산과 아울러 신경제정책, 최저임금제, 비정규직 철폐 등 친서민·소수자 배려정책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사법부에 이어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양극화로 인해 분열된 우리 사회를 통합하고 우리 모두가 공존 공생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에 다름 아니리라.
국제신문은 ‘2018 연중기획-부산 공존 프로젝트’를 연중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작년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해 내건 ‘대안 모색’ 슬로건에 이어 새 정부의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 있게 읽어보았다. 1월 2일자 톱기사(양극화 세상… 공존의 길 찾자) 중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세상 만들기는 실현 불가능할지 몰라도, 소외당하는 소수에게 다수가 따뜻함을 나누는 공존 유토피아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라는 대목은 필자에게도 따끔한 화두로 다가왔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몇 군데 소액 기부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 살기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면 부산도 양극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듯하다. 16개 기초자치단체 사이에도 지역 간 빈곤 격차가 상당하고 외국인 노동자·노숙자·성매매여성 등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숨어서 울고 있는 소수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공존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함’이라고 되어 있다. 굳이 이러한 사전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공존은 나눔을 통해 실천되어야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 또한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등록금 마련이 어려워 우울하게 치른 졸업식 날에 은사님이 맺어주신 독지가의 도움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었고, 형제간이지만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형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사법시험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나눔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고액 기부자가 늘어나고 있고,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도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각종 기부단체에 조금씩이라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고 신영복 교수는 저서 ‘처음처럼’에서 ‘나눔’에 대해 이렇게 썼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나눔으로써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써 배로 커지는 것에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눔은 사랑이어야 하고 모임은 봉사이어야 합니다. 사랑과 봉사, 그것은 조금도 상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과 봉사야말로 한없이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재물을 더 풍성하게 하고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를 그 구조에서부터 가꾸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나눔은 사랑이며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영양제이다.
정부가 공언하였듯이 우리나라도 조만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거나 어둡고 소외된 곳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특히 부산의 경우에는 지역 간 불균형, 빈곤으로 인한 고독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결국 계층 간 갈등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 차제에 국제신문에서 공존 프로젝트를 내걸고 양극화를 줄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소외되고 고통받는 소수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존공생을 모색해 볼 일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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