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해 거래실명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 투자 규제 등 조치를 취했지만, 매일 조 단위의 거래가 이뤄지는 투기 광풍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도 약발이 먹히지 않을 땐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가상화폐 거래를 이대로 뒀다간 민생에 지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했다. 이미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채굴 규모가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 종국에는 제로가 되면서 수익도 사라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온 상태다. 그런데도 지난달 국내 거래소마다 거래량과 회원 수가 전달에 비해 배 이상 폭증하는 등 이상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거래소의 허술한 보안 때문에 컴퓨터에서 가상화폐를 빼가는 해킹 사고도 잇따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시세 조종이나 다단계 사기 등 범죄 이용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큰 폭의 가격 변동이나 투자 사기, 거래소 해킹 우려를 수차례 경고했는데도 상당수 가상화폐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지나치게 높고, 묻지마식 투기까지 기승을 부려 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정부 판단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이 읽힌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가상화폐 광풍에 대해 “거품”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하고 나선 까닭이다.

거래소를 폐쇄할 경우 가상화폐 거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기술 개발에 지장을 주는 부작용이 지적됐지만, 정부는 검토 결과 해악이 크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IMF 금융위기 직후 다수 국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유사수신 피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되풀이돼 아까운 국부를 허비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