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식점에서 주인과 손님들이 나눈 대화 한 토막. 유난히 푸짐한 조개찜을 보고 손님 중 한 사람이 주인에게 “이렇게 조개를 많이 줘도 남는 게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되돌아온 주인 말이 걸작이다. “조개껍데기가 남지요. 더 드릴 테니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그 집 간판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월 평균 외식 빈도가 14.8회, 혼자서 외식하는 이른바 ‘혼밥’은 4.1회에 이르는 요즘이다. 그만큼 외식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창업과 폐업이 빈번하다. 매출액은 늘어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니 속 빈 강정이 따로 없다. 지난해 기준 전체 외식업의 평균 매출액은 1억6000만 원으로 2000만 원가량 증가했으나 영업이익 비중은 24.2%로 오히려 3.0%포인트 줄었다. 혼밥 인구가 늘면서 월 평균 외식비가 31만 원에서 30만3000원으로 감소한 데다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난 탓이다.

그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 외식산업·소비트렌드 발표대회’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이날 새로운 외식 트렌드로 가심비, 빅블러, 반외식의 확산, 한식 단품의 진화가 꼽혔다. 가심비(價心比)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따지는 소비패턴이다. 가격 대비 성능, ‘가성비’와 닮았다. 빅블러(Big Blur)는 무인화·자동화 경향의 확산으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다. 외식과 ‘집밥’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반(半)외식이나 한 가지 메뉴에 올인하는 한식 식당을 뜻하는 한식 단품의 진화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심비라는 말에서 공자가 안영을 평가한 구이경지(久而敬之)란 어구가 떠오른다. 안영은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 제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재상으로 ‘안자춘추’를 지었다. 공자가 제나라에서 정치적 뜻을 펼치려 할 때 가로막았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사람 사귀기를 잘한다. 오래되어도 공경한다’며 호평했다.

이런 고깃집을 상상한다. 상호가 ‘구이경지’다. 손님이 주인에게 묻는다. “고기 굽는 기술이 경지에 올랐다고 대놓고 자랑했으니 얼마나 고기 맛이 좋은지 어디 한번 봅시다.” 주인이 겸손하게 대답한다. “그 기술이야 경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요. 다만 찾아오시는 모든 분을 처음 오는 손님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가심비가 저절로 올라가지 않을까. 조개찜 만드는 주인은 가심비를 이미 체득했을까.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