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베트남을 다녀왔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을 피하는 대표적인 여행지이기에 주로 관광 목적의 승객들로 붐빌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비행기에 탑승해 보니 상당수 승객이 비즈니스로 출장을 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 승객들이 수령하는 화물량을 보고서 내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6000여 개에 이른다는 사실이 수긍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1억 명 가까운 인구 중 청년층의 비율이 22%로 아주 높은 젊은 국가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가중앙산부인과병원을 방문하면서 그 기대는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졌다. 업무 협의를 위해 자리를 함께한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계자들이 해당 병원에서 매년 2만 명 이상 출생하는 신생아를 염두에 두면서 우리 제품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발 기술(제품)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기술 준비도(TRL : Technology Readiness Level)는 기초연구, 시작품계, 사업화 등 9단계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기술 사업화는 기술 개발 주체가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TRL의 꽃’이라고 일컫는다. 그 꽃이 내수 시장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까지 만발할 때 우리 경제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게 된다.
특히 올해 기술 기반 벤처 기업의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은 그만큼 해외에 우리 기술의 우수성이 인정받고 있으며, 향후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에게는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베트남에 대한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 사업화에 대한 가능성은 더욱 기대된다.
최근 조선·해운업이 동시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데다 자동차 수출도 부진해지면서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경제 산업 벨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남권의 핵심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잡 노마드(Job Nomad)가 되면서 지역의 인구 순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어떤 기업은 다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길 고민까지 할 정도라 한다.
이렇게 기계부품산업분야에서 우수한 기술을 많이 보유하면서도 지역 경제의 침체로 힘겹기만 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가 함께 지역의 의료기기 및 장비 관련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기술성이 보장되는 우리 지역의 기계부품을 기반으로 10년 이상 성장해 온 고령 친화 기기 및 용품, 복지기구 관련 기업들의 해외 시장 개발을 위해 베트남 의료기기 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베트남 보건성과 함께 고령 관련 의료기기 및 의료서비스 산업발전을 위한 서명식을 갖고 베트남 인허가 과정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앞서 KISTI와 함께 한 기업의 제품이 베트남 현지에서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수년간 정보를 축적하고 산학연정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한국 유학생 출신 전문가 그룹의 협조에 힘입어 베트남 시장 진출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듯이 부산시가 주관하는 고령 친화기기 기업의 베트남 시장 매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에 얼마 전 새 정부의 혁신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을 기념하면서 모 일간지 기자가 작성한 대통령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가상문답 칼럼은 우리 기업인들과 유관 기관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 실업자에서 대한민국 대표 제약회사인 셀트리온을 일구어낸 서정진 회장은 남들이 다 인정하지 않고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개발한 시밀러 의약품의 목표 시장을 초지일관 해외시장에 두었으며, 바이오 시밀러를 세계 최초로 허가한 정부 부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는 기술 사업화와 관련된 각종 사업, 과제, 전문가 네트워크, 유관 기관, 정책 등을 숱하게 보고 겪었지만 그 성과는 여전히 가늠하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 CEO들도 서정진 회장이 했던 것처럼 해외시장에서 기회를 도모하고, 산학연정 관계자 및 전문가 그룹은 현장을 찾아 발로 뛰어야 할 것이다.
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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