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는데도 인륜(人倫)이 쇠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세계에서 한국만큼 학교 교육을 적잖게 받으면서 도덕 윤리를 많이 배우는 나라도 없다. 어느 철학자가 말하기를 “산다는 것은 문제 해결의 부단한 노력의 과정이다”고 하여 삶의 과정에서 언젠가는 배운 만큼 좋은 세상이 될 것으로 보고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작태를 제어해야 삶의 질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오래전 동양에서 예(禮)가 번창할 때 주변국에서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혹자는 조선 후기부터 굴곡진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다가 근대사회에서 주권마저 상실하고 나니 외세에 영향을 받아서 그렇다고도 한다. 이 와중에서 서구의 개인주의가 혼란한 정치 틈새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 하여 받아들였다. 원래 서구 개인주의는 개척시대에 공동체사회에서 모두 지향하는 선을 추구하면서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을 보장받고, 받은 만큼 사회를 위한 의무를 다한다는 취지에서 권장했던 풍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개인의 가능성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큰 보람이 된다.
서구의 개인주의가 우리 풍토에 적응하기 전 일정한 여과를 거르지 않고 우리 문화에 덮어씌우는 꼴이 되다 보니 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개인 사생활을 보장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공동체보다 우위에 두는 자기중심적 이기적인 행위가 윤리 도덕을 파괴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잘못된 행위를 주변에서 질책하고 가르치길 두려워하면서 국가가 나설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적어도 조선 시대 유교 윤리가 존재할 당시에는 개인의 인격 수양이 국가 윤리와 연계하였기에 국가가 통제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인격 수양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없고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 국가윤리와는 별개이다. 개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 충효 정직 등 올바른 인격체를 우선시하는 것이 국가윤리와 연계되어 통치 방식과 연결되는 게 ‘한국식 개인주의’다. 한국식 개인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정치의 역할이 크다. 정치는 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지배하고 있으므로 정교일치(政敎一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통치 해법은 논어에 있다. 그러므로 논어는 동양 최고의 정치학개론이다. 여기서 민(백성)이 마음으로 복종하는 방법에 대해 애공이 묻자(논어 위정편) 공자는 “정직한 사람을 발탁하고 굽은 사람을 버려두면 복종한다. 그러나 굽은 사람을 발탁하고 정직한 사람을 버려두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백성이 공경하고 충성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 나설 때 위엄이 있으면 공경하고 효도와 자애로 모범을 보이면 충성하고, 적임자를 발탁해서 능하지 못한 자를 가르치게 하면 백성이 자발적으로 덕을 행하도록 권장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벌써 세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있다. 어떤 인물이 어느 정당에서 공천받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기 이전에 시장과 구청장 후보가 지방분권 시대를 대표할 인물로서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를 따져야 한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목심심서(牧民心書)를 또다시 찾아본다. 다산 선생이 19년간(1801~1818년) 강진 유배지에서 집필한 목민심서는 지방 수령에게 요긴한 것을 조목별로 상세하고 알기 쉽게 서술한 것으로, 그의 경세택민(經世澤民)사상을 엿볼 수 있다. 시장, 구청장은 정당정치를 현장에 적용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민치(民治)의 목자(牧者)라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맹자는 목초(牧草)로 지역민을 기르는 것에 비유하여 목민관이라 하였다. 여기에 연유하여 사도(司徒)라는 직책이 있어서 만인을 가르쳐서 배출된 자를 지도자로 두어 정치를 담당하게 하였다.
이 당시 정치는 민(백성)을 기르는 것이라 하여 목민이라 하였다. 그런 까닭에 정치 지도자의 배움의 반이 수양이고 반은 목민이라고 하였다. 지방 정치지도자는 먼저 자신을 수양하는 인문학적 소양(문학역사 철학)을 찾아야 한다. 공자는 정치에서 다섯 가지 권장할 조목으로, 첫째 민에게 이익이 되게 나라를 경영해서 그 이익이 민에게 돌아가게 할 것, 둘째 일을 시키되 무리하게 하여 원망을 사지 말 것, 셋째 일을 의욕적으로 하되 사욕이 없을 것, 넷째 교만하거나 나태하지 않을 것, 다섯째 몸가짐을 정숙하고 사납지 않을 것을 제시했다.
공자 제자 중궁이 어진 사람과 재능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알고 발탁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네가 아는 사람 중에서 발탁한다면 네가 모르는(재능 있는) 사람을 남이 그냥 두겠느냐”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공천권자나 공천 희망자는 인문학적 소양이 요구된다. 그 소양을 다산 선생의 목민심서와 논어에서 찾으면 무난할 것이다.
남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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