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항에 지역 상징조형물을 세우려는 방안과 관련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이달까지 시민단체와 학계 등으로 참여자를 구성해 의견 수렴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내년에 타당성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외형상으론 그렇지만, “부산항에 상징조형물 건립이 필요하다”는 시의 입장을 놓고 보면, 어떻게든 이 방안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한 듯하다.

이 방안은 지난 9월 불거졌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상징조형물을 부산항에 건립해 관광상품화한다는 것이다. 1000억 원의 사업비, 후보지는 신선대부두 뒷산 정상, 부산발전연구원에 과제 의뢰, 2020년 착공 및 2022년 준공 등의 구체적인 계획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제기되자 부산시는 “구상사업으로 검토한 바 있으나, 어떠한 내용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 이후 라운드테이블 운영 카드를 들고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 사업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부채 규모가 3조9000원에 이르고 재정난에 허덕이는 부산시의 살림살이도 그렇거니와, 엄청난 사업비를 투입할 정도로 이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상징조형물을 관광상품화한다는 시의 논리나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그간 수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 치적 등을 위해 앞다퉈 세운 공공 상징조형물이 얼마 못 가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거나 아예 철거된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거대 상징조형물이 있다고 해서 도시 브랜드와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지 않는다. 그럴진대, 부산시가 왜 이런 전시성 사업에 매달리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국내외 관광객이 모여드는 도시,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자유의 여신상’ 같은 남의 구조물을 흉내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 도시만의 역사성과 특징, 차별화된 정체성 등을 갖추는 게 필수적 요소다. 그 점에서 부산시는 상징조형물 건립을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